
- 금조Lv.99
- 작성일 2026.09.1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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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창밖에서는 사람들이 축제의 흔적을 정리하고 있었다. 길가에 매달려 있던 장식들이 하나씩 내려갔고, 밤새 남아 있던 등불도 꺼졌다. 공존의 축제가 끝난 뒤의 마을은 늘 이런 모습이었다. 며칠 동안 떠들썩했던 만큼, 다음 날은 평소보다 더 고요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이상할 것은 없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갖춰 입었다. 활과 화살을 확인하고 에렌딜을 허리춤에 찼다. 해야 할 일은 평소와 같았다. 숲의 상태를 확인하고, 어제 폭주했던 정령들의 기운이 제대로 가라앉았는지 살펴보는 것.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당연했다. 나는 잠시 문 앞에 서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마을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상인들은 가게 문을 열고 있었고, 경비병들은 다시 갑옷을 입었다. 아이들은 며칠 동안 놀다 지쳤는지 아침부터 뛰어다니는 수가 적었다. 그리고 새벽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길을 걸었다. 좋은 일이다. 내가 원했던 일이니까.
다시는 나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그 말을 들었고, 받아들였다. 그러니 이게 맞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길이 넓었다.
며칠 전까지는 누군가 옆이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두 걸음. 가끔 세 걸음. 내가 속도를 늦추면 같이 늦추고, 내가 멈추면 잠시 뒤에 멈췄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발소리는 하나뿐이다. 내 것만. 나는 괜히 걸음을 조금 빠르게 했다.
숲에 도착하자 오히려 편해졌다. 나무 사이에서는 원래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소리도 적고, 사람도 없고, 굳이 대답해야 할 목소리도 없다. 이게 원래 내 일상이었다.
나는 정령들의 기척을 따라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제 불안정했던 엘의 기운은 대부분 가라앉아 있었다. 작은 정령 몇몇이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괜찮아졌군."
손을 내밀자 정령 하나가 손끝에 내려앉았다. 며칠 전 새벽의 손가락에 앉았던 것과 비슷한 작은 바람의 정령이었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정령이 손가락 끝에서 빙글 돌았다.
"……왜."
대답은 없었다.
당연하지.
잠시 후 정령은 내 어깨 주변을 한 바퀴 돌더니 숲 반대쪽으로 날아갔다. 나는 무심코 그 방향을 바라봤다.
혹시.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바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나는 다시 걸었다.
할 일이 있었다. 숲의 동쪽과 북쪽을 확인했고, 어제 균열이 생겼던 장소도 다시 살폈다. 문제는 없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안정되고 있었다. 원래라면 만족해야 했다. 문제가 없는 날은 좋은 날이다. 그런데 시간이 남았다. 그게 문제였다.
누군가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이건 뭐야?'
'저 정령은 왜 저렇게 생겼어?'
'황혼은 여기 자주 와?'
그런 쓸데없는 질문이 없으니 시간이 이상할 정도로 느리게 흘렀다.
나는 나무 한 그루에 등을 기대고 잠시 쉬었다. 조용하다. 너무 조용하다. 그 생각을 하고 나서 인상을 찌푸렸다.
원래 숲은 조용한 곳이다. 조용해서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느껴지는 거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새벽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일부러 광장을 지나갔다. 이유는 없었다. 가장 빠른 길이었을 뿐이다.
광장 한쪽에서는 축제 때 사용했던 천막을 접고 있었다. 얼마 전 새벽에게 꽃을 건넸던 아이도 보였다. 아이가 나를 알아보고 달려왔다.
"언니!"
나는 멈췄다.
"왜."
아이가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꽃 언니는?"
"꽃 언니?"
"언니랑 똑같이 생긴 언니!"
나는 바로 알아들었다.
"몰라."
"오늘은 같이 안 다녀?"
"그래."
아이가 고개를 기울였다.
"싸웠어?"
"아니."
내 대답이 조금 빨랐다.
아이는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왜 같이 안 있어?"
"원래 같이 다니는 사이가 아니야."
"그렇구나."
아이는 쉽게 납득했다. 나는 그대로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몇 걸음 가지 않아 아이가 다시 불렀다.
"언니!"
나는 돌아봤다.
"그 언니가 이거 줬어!"
아이가 작은 꽃 장식을 내밀었다. 며칠 전 새벽의 머리에 꽂혀 있던 것과 비슷한 꽃이었다.
"왜 나한테?"
"꽃 언니가 언니한테 주래!"
나는 손을 멈췄다.
"……언제?"
"아까!"
아까.
그렇다면 근처에 있었다는 뜻이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들, 상인들, 정리 중인 천막, 멀리 지나가는 경비병.
없다.
새벽은 보이지 않았다.
"뭐라고 하던데?"
아이가 잠시 생각했다.
"그냥 주라고 했어."
"그게 전부야?"
"응!"
역시.
그녀답다.
나는 꽃 장식을 받아 들었다. 아주 작은 것이었다. 굳이 줄 이유도 없다. 그런데 버릴 수도 없었다. 나는 잠시 손바닥 위의 꽃을 바라보다 주머니에 넣었다.
"……고마워."
아이는 웃으며 다시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새벽은 근처에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 오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다시는 다가오지 말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가슴 어딘가가 이상하게 답답해졌다. 내가 한 말이다.
그런데 왜.
왜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지.
나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오후에도 새벽은 나타나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이상한 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가끔 흔적은 있었다. 숲길 한쪽에 쓰러진 나뭇가지가 정리되어 있거나, 마을 밖 경계석 근처에 정령의 힘이 안정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누가 한 일인지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새벽이었다.
분명 같은 곳에 있다. 같은 마을을 걷고, 같은 숲을 보고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오지 않는다.
나는 그 사실을 며칠 동안 모르는 척했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매일 그녀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숲의 가지. 정령의 움직임. 광장의 사람들. 누군가 웃는 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돌렸다. 그게 새벽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걸 확인한 뒤에야 다시 걸었다.
어느 날은 멀리서 그녀를 보기도 했다. 마을 끝의 작은 언덕. 새벽은 아이 몇 명과 함께 있었다. 누군가에게 활을 잡는 법을 알려주는 모양이었다. 나는 나무 뒤에서 잠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새벽이 웃었다. 아이들도 웃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잘 지내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나와 떨어져 있다고 해서 저 아이의 하루가 멈출 이유는 없다.
나는 돌아섰다. 그런데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마음 한쪽이 불편했다.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새벽이 힘들어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나 때문에 상처받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면 마음이 이상했다. 마치 나만 그 빈자리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형편없군.
그제야 조금 이해했다. 나는 새벽을 밀어낸 것이 아니다. 내가 다칠까 봐 도망친 것이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그 사람이 당연해지고 그러다 사라지는 것. 그게 두려워서. 새벽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떠나기 전에 내가 먼저 멀어진 것이다. 나는 그것을 강함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혼자 견디는 것.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것. 내가 전부 짊어지는 것. 그렇게 하면 아무도 잃지 않는다고 웃기는 이야기다.
멀리하면 잃지 않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가지지 않는 것뿐인데. 나는 손을 꽉 쥐었다. 오래전부터 비슷했다.
누군가 다치면 내가 더 강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쓰러지면 내가 먼저 발견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돌아오지 못하면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강해졌다. 더 빨라지고, 더 조용해지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혼자 처리하려 했다. 그게 사람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새벽은 달랐다. 그녀는 나를 지키려고 내 앞을 막지 않았다. 내가 혼자 있고 싶다고 하면 물러났다. 도움이 필요할 때만 들어왔고, 내가 괜찮다고 하면 믿어줬다. 그리고 기다렸다. 계속 내가 먼저 말할 때까지.
문득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황혼 다음에는 새벽이잖아.'
'황혼 다음에는 밤이다.'
'그럼 밤까지 기다려야 해?'
그때는 단순한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아마 새벽에게는 정말 농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밤이 길어도 괜찮다고 했다. 새벽은 없어지지 않으니까.
나는 눈을 감았다. 한참 뒤 다시 떴다. 이미 해가 기울고 있었다. 결정을 내리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새벽은 이미 아이들과 헤어진 뒤였다. 나는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광장.
없다.
여관 근처.
없다.
숲 입구.
흔적은 있지만 오래됐다.
나는 잠시 멈췄다.
어디로 갔지.
그 순간 하나 떠올랐다.
처음 만났던 곳.
나는 바로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길은 익숙했다. 나뭇가지 하나 밟지 않고 달렸다. 숨이 조금 가빠졌다. 이상했다. 전투도 아닌데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서두르고 있는 거지. 나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오래된 숲.
부러진 화살.
나무뿌리 사이의 낡은 장식.
그리고 그 나무.
처음 새벽을 만났던 장소.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나를 보고 있지는 않았다.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태양과 달은 이제 완전히 갈라져 있었다. 공존의 축제는 끝났다. 밤이 오고 있었다.
나는 멈췄다. 새벽까지의 거리는 꽤 멀었다. 그녀는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지금 돌아가도 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원래대로. 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발이 움직였다.
앞으로.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나뭇잎이 밟혔다.
새벽이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표정이 조금 놀란다.
"황혼?"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 앞까지 걸어갔다.
두 걸음. 예전부터 있던 거리.
나는 거기서 멈췄다. 새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언제나 그랬다.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새벽."
"응?"
말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았다. 사과해야 하나. 미안하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하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새벽은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기다렸다. 나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네가 없으니까."
목소리가 작아졌다.
"……조용하다."
잠시 침묵.
나는 곧 후회했다. 무슨 말을 한 거지.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새벽의 표정을 확인하기가 싫었다. 그런데 곧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럼."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새벽은 웃고 있었다. 놀리는 웃음이 아니었다. 그저 기쁜 것처럼.
"조금 시끄럽게 해줄까?"
"……."
정말 저런 대답을 하는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조금만."
새벽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다음에는 웃음이 더 커졌다.
"알겠어."
"너무 좋아하지 마."
"안 좋아했는데?"
"표정이 그런데."
"황혼이 먼저 찾아왔잖아."
"……."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시선을 피했다.
"그냥 근처에 있어서."
"그래?"
"그래."
"여기까지 뛰어왔는데?"
나는 그녀를 봤다.
"봤어?"
"숨소리."
"……."
"조금 급해 보였어."
"착각이야."
새벽이 웃었다. 그 웃음이 예전만큼 거슬리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반가웠다.
나는 그녀 옆에 앉았다. 새벽이 잠시 나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물었다.
"왜 여기 있었지?"
"그냥."
"그냥?"
"처음 온 곳이잖아."
새벽이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 돌아갈 방법이 다시 생길까 해서."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작게 내려앉았다.
그래. 잊고 있었다. 아니. 잊은 척했다. 새벽은 결국 돌아가야 한다.
"찾았나?"
"아니."
"……."
"아직은."
새벽은 담담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생각했을 것이다. 잘됐다고. 조금 더 조사할 시간이 생겼다고. 지금은 달랐다. 떠나는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가슴이 무거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감정을 밀어내지 않았다.
무섭다.
떠나는 게.
사라지는 게.
다시 혼자가 되는 게.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지금을 없던 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새벽."
"응."
"전에 한 말."
"어떤 거?"
"다시는 나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했던 것."
새벽은 잠시 조용해졌다.
"응."
"……취소할게."
새벽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 말."
이번에는 끝까지 말했다.
"취소하겠어."
새벽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웃었을 텐데. 오히려 이번에는 조심스러웠다.
"정말?"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그럼."
새벽이 몸을 아주 조금 내 쪽으로 움직였다.
바로 멈춘다.
"이 정도는?"
나는 거리를 봤다. 두 걸음이 아니었다. 한 걸음 정도. 처음 만났을 때였다면 바로 물러났을 거리. 나는 그대로 있었다.
"……마음대로 해."
새벽이 웃었다.
"그 말 오랜만에 듣네."
"싫으면 다시 취소하고."
"안 돼."
"왜."
"이미 들었으니까."
어디서 많이 들은 말이다.
나는 피식 웃었다. 정말 아주 잠깐이었다. 하지만 새벽은 놓치지 않았다.
"방금 웃었지?"
"안 웃었어."
"웃었는데."
"착각이야."
"분명히 봤어."
"조용히 해."
"조금 시끄럽게 해도 된다며."
"조금이라고 했어."
"이 정도면 조금인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시끄럽다. 정말 시끄럽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했다. 우리는 한동안 그곳에 앉아 있었다. 새벽은 가끔 말을 했고, 나는 가끔 대답했다. 침묵이 찾아와도 이번에는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알 것 같았다. 혼자 있을 때의 침묵과 누군가 옆에 있을 때의 침묵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다. 별이 하나씩 나타났다. 밤이었다.
나는 하늘을 바라봤다. 예전에는 밤이 길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 눈을 감아도 지나가지 않는 시간.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랐다. 옆에서 새벽이 하품했다. 나는 그녀를 봤다.
"졸리면 돌아가."
"황혼도 같이?"
"……그래."
새벽이 웃었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가는 길. 새벽은 내 옆을 걸었다. 두 걸음 뒤가 아니었다. 정확히 옆. 나는 한 번 그 거리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았다.
새벽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숲을 빠져나가기 직전, 작은 바람의 정령 하나가 우리 앞을 지나갔다. 새벽이 손을 내밀었다.
정령은 잠시 그 손가락에 앉았다가 이번에는 내 쪽으로 날아왔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정령은 내 손끝에 잠깐 머물렀다.
새벽이 말했다.
"황혼."
"왜."
"내일도 같이 갈래?"
나는 정령이 날아가는 것을 바라봤다. 예전 같았으면 조건을 붙였을 것이다. 돌아갈 방법을 찾을 때까지만. 필요할 때만. 오늘 하루만. 그런 말로 선을 그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그래."
새벽이 내 쪽을 봤다.
"진짜?"
"마음 바뀌기 전에 조용히 해."
"알겠어."
새벽은 웃었다. 그리고 정말 몇 초 동안 조용했다. 나는 그 짧은 침묵 끝에 다시 입을 열 것을 알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기다려졌다. 곧 예상대로 목소리가 들렸다.
"황혼."
"왜."
"나 사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싫어."
"아직 뭔지도 안 말했잖아."
"대충 알 것 같아."
"그럼 맞혀봐."
"싫다고 했어."
"하나만."
"안 돼."
새벽은 계속 옆에서 떠들었다. 나는 적당히 대답하며 걸었다. 밤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새벽이 오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간이 예전만큼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밤이 있다는 걸 안다.
그 밤을 지나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고 혼자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나는 이제야 조금 이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