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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팬픽 소설 [청편 - 포수와 사수 #1] 새글
금조
Lv.99
  • 작성일 2026.10.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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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포격이 날아왔을 때, 나는 교단이 제법 쓸 만한 방어 설비를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포격이 머리 위를 지나 벽을 무너뜨렸을 때는 그 생각을 조금 고쳤다.


쓸 만한 설비를 찾아낸 것과 제대로 다루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방금 전까지 나를 향해 무기를 들이대던 교단원이 폭발에 휘말려 바닥을 굴렀다. 그 뒤에서 달려오던 둘이 황급히 몸을 낮췄고, 나는 기둥의 그늘로 물러서며 팬텀슈터를 들어 올렸다. 짧게 이어진 총성에 앞쪽의 무기가 튕겨 나갔다. 다른 하나가 몸을 돌렸지만, 다음 탄환이 닿는 편이 빨랐다.


복도가 조용해졌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가루가 투구의 가장자리를 스쳤다. 나는 무너진 벽 너머를 살폈다. 포신도, 사수도 보이지 않았다. 허공에 남은 푸른 빛이 가느다란 선으로 오므라들더니 사라졌다.


포탈이었다.


“……성가시군요.”


데브리안의 연구소에 들어온 뒤, 벌써 세 번째로 동선을 바꾸고 있었다. 교단의 잔당은 예상보다 깊숙한 곳까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래된 설비 사이에 새로 놓인 연결선이 지나갔고, 작동을 멈춘 나소드 구조물에는 어울리지 않는 부품이 덧붙어 있었다. 먼지가 두껍게 쌓인 바닥에서도 몇몇 구간만은 여러 사람이 오간 흔적이 선명했다.


며칠 전 놓쳤던 교단원도 이런 틈으로 사라졌다. 막다른 통로까지 몰았는데, 벽에 손을 댄 직후 공간이 열렸다. 뒤늦게 따라갔을 때는 낯선 장소에 버려진 장비만 남아 있었다. 오늘은 그 출구를 따라온 것이었다. 통로를 남겨두고 사람만 쫓아다니는 일은 충분히 했다.


쓰러진 교단원들을 지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복도 끝에는 두 갈래의 계단이 있었다. 오른편 난간은 오래전에 부서졌고, 왼편 바닥에는 아직 연기가 가시지 않은 포격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는 왼쪽을 택했다.


세 번째 포격은 계단 중간에서 나타났다.


앞쪽 허공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자마자 몸을 틀었다. 푸른 섬광이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뒤에서 계단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나는 남아 있는 난간을 짚어 위층으로 뛰어올랐다. 착지와 동시에 총구를 돌렸지만, 포탈은 이미 닫히고 있었다.


정면으로 쏘려던 각도치고는 이상했다. 내 위치보다 조금 위였고, 탄도도 어긋나 있었다. 굳이 피하지 않았더라도 직격은 아니었을 것이다.


교단원이 쓰러졌던 아래층을 돌아봤다. 아군을 가리지 않는 공격. 일정하지 않은 출구. 그런데 포격이 이어지는 간격만은 짧고 정확했다. 발사하는 자와 출구를 조정하는 자가 따로 있는 건가.


나는 포탈이 사라진 자리를 잠시 바라봤다. 그곳에 남은 기운이 묘하게 신경을 건드렸다. 교단의 장치에서 느껴지던 불쾌한 감각 사이로, 너무 익숙한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교단원들의 움직임이 어수선해졌다.


나를 발견하고 달려드는 자도 있었지만, 뒤쪽을 돌아보며 명령을 외치는 자가 더 많았다. 몇 명은 부품이 든 상자를 버리고 다른 통로로 뛰어갔다. 그들이 향한 곳에서 다시 포성이 터졌다. 나는 열린 문 옆에 붙어 안을 살폈다.


아래로 깊게 내려앉은 원형 공간이었다. 벽을 따라 여러 층의 통로가 둘러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금속 고리들이 겹쳐진 커다란 구조물이 서 있었다. 중심에는 포탈의 잔광이 남아 있었다. 문처럼 열리지는 못한 채, 얇은 빛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교단이 새로 연결한 선들이 전부 그 아래로 모여들고 있었다.


찾았다.


시선을 조금 내리자 구조물 앞을 지키는 사람이 보였다. 하얀 갑주. 얼굴을 가린 투구. 체격에 비해 커다란 포를 한 손으로 받친 자세.


그가 포신을 돌리자 허공에 푸른 원이 열렸다. 반대편 통로에서 무기를 들던 교단원들이 포격에 밀려났다. 남은 하나가 중앙으로 뛰어들었지만, 갑주의 주인은 몸을 반쯤 틀어 그 일격을 피하고 무거운 포신으로 상대를 쳐냈다.


적어도 교단과 한편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바깥의 포격도 저 사람인가.


나는 총구를 내리지 않은 채 조금 더 지켜봤다. 하얀 갑주의 주인은 쓰러진 상대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곧바로 장치 앞에 몸을 숙였다. 옆에 펼쳐둔 기록을 확인하고 연결부에 손을 댔다. 포를 받친 팔 아래에서 작은 빛이 깜빡였다.


“아니, 이쪽을 끊었는데 왜 저기서…….”


투구 너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가 손을 떼자 장치의 고리 하나가 느리게 회전했다. 중심에 남아 있던 빛이 조금 넓어졌다. 동시에 내가 서 있는 통로 끝에서도 어둠이 갈라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틈 너머로 전혀 다른 벽과 바닥이 보였다. 누군가 그 앞을 가로지르다 이쪽을 돌아봤다. 교단의 복장이었다. 나는 그가 무기를 들기 전에 쐈다. 탄환이 넘어간 직후 틈은 닫혔다.


아래쪽에서 고개가 들렸다.


“거기 누구…….”


대답할 틈을 줄 수는 없었다. 중앙 장치가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고리를 따라 번지는 빛이 조금 전보다 짙어졌다. 나는 구조물 하단을 겨눴다. 주변의 연결선들이 모여드는 지점이었다. 겉을 덮은 판은 낡았고, 틈 사이로 드러난 연결축은 충분히 가늘었다.


두 발이면 끊을 수 있었다. 첫 번째 탄환이 덮개를 벗겼다.


두 번째 탄환이 닿기 직전, 하얀 갑주의 주인이 몸을 날렸다. 커다란 포가 연결축 앞을 가로막았다. 금속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잠깐만요! 지금 뭘 쏘는 거예요?”


나는 난간 너머로 상대를 내려다봤다.


“그 장치에서 떨어지세요.”


“떨어질 수 있으면 벌써 떨어졌죠!”


그가 포의 표면을 내려다봤다. 탄환이 남긴 자국을 손끝으로 훑는 동작에서 노골적인 불만이 묻어났다.


“그리고 이거, 방금 조정 끝낸 부분인데요.”


“다시 작동시키지 마십시오. 다른 통로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알아요. 그래서 그쪽 연결을 찾고 있었잖아요.”


그가 장치를 가리켰다. 손가락 끝에서 아직 빛이 남은 연결부로 내 시선이 옮겨갔다.


“그걸 부수면 남은 경로까지 전부 날아가요. 이쪽에서 끊어야 할 건—”


바닥을 타고 작은 진동이 올라왔다. 내 뒤편에서 다시 공간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주먹 하나가 들어갈 만큼 좁은 틈이었다. 그 너머로 쇠붙이가 벽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틈을 한 번 보고, 아래의 남자를 다시 봤다.


“손을 떼세요. 설명은 그다음에 듣겠습니다.”


“손을 떼면 유지가 안 된다니까요.”


그는 장치 옆에 선 채 포를 고쳐 잡았다. 아까의 들뜬 불만이 가셨다.


“제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하시는 게 좋겠는데요?”


말을 주고받는 동안에도 중심부의 빛은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교단원이 나타났던 통로가 또 열릴 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나는 난간을 넘어 아래층으로 내려섰다.


“확인하겠습니다. 우선 그 무기부터 내려놓으세요.”


“그쪽 총구가 먼저 내려가면 생각해 볼게요.”


하얀 포신이 내 움직임을 따라 돌아왔다. 나는 왼손의 팬텀슈터를 장치에, 오른손의 총구를 상대에게 향했다. 그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


“……진심이시군요.”


“물러나세요.”


대답 대신 포탈이 열렸다. 왼편 어깨 뒤.


나는 몸을 낮추며 옆으로 미끄러졌다. 포격이 방금 서 있던 자리를 훑고 지나가 건너편 통로를 때렸다. 바닥의 파편이 갑주 위로 쏟아졌다.


착지할 자리를 예상한 두 번째 포탈이 앞에 열렸다.


발을 멈추고, 포신이 보이기 전에 가장자리를 향해 쐈다. 탄환이 빛을 가로지르는 동안 나는 무너진 기둥 뒤로 들어갔다. 곧이어 날아온 포격이 기둥의 윗부분을 날려버렸다.


쉴 틈 없이 출구를 바꾼다. 사수가 있는 방향만 경계해서는 피할 수 없었다.


“그쪽으로 계속 가시면 곤란한데요.”


투구 너머로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기둥 아래에 웅크린 채 반대편을 살폈다. 중앙 장치와 출입문 사이, 상대가 막고 있는 구간만 유독 온전했다.


사격이 서툰 것이 아니었다. 나를 장치에서 밀어내고 있었다.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나는 기둥 옆으로 총구만 내밀어 두 발을 쐈다. 상대가 포를 세워 막는 순간, 기둥의 다른 쪽으로 빠져나갔다. 포탈이 열리는 빛을 시야 끝에 남겨두고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앞을 막는 포격을 비껴서자 상대가 직접 포신을 휘둘렀다.


예상보다 빨랐다.


총신을 몸쪽으로 거두며 허리를 틀었다. 무거운 금속이 투구 바로 옆을 지나갔다. 흘려보낸 포신의 안쪽으로 팔을 밀어 넣고, 오른손의 팬텀슈터를 상대의 어깨에 겨눴다. 그가 포를 놓듯이 아래로 떨어뜨렸다.


덕분에 내 팔이 밀려났다. 탄환은 어깨 갑주의 끝을 깎고 지나갔다. 동시에 그의 무릎이 앞으로 들어왔다. 나는 팔꿈치로 막고 뒤로 물러섰다. 짧은 충격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이 거리에서도 빈틈을 내주지 않는다.


상대는 발치에 내려간 포를 다시 끌어올렸다. 조금 전의 움직임이 힘에 부쳐 무기를 놓친 것이 아니라는 걸, 그 매끄러운 동작이 설명해 주었다.


“생각보다 빠르시네요.”


“생각할 시간은 충분히 드린 것 같은데요.”


“네. 덕분에 하나는 알겠어요.”


그의 투구가 내 양손을 향했다.


“그 총, 두 자루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네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무기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나.


“오른쪽으로 조준을 잡으면서 왼쪽은 따로…… 아, 그래서 방금 그 각도가.”


그가 말을 멈췄다. 내가 다시 총구를 들었기 때문이다.


“관찰은 거기까지 하세요.”


“직접 보여주고 계시잖아요.”


말끝에 웃음기가 아주 조금 섞였다.


나는 탄환 하나를 상대의 발치로 보냈다. 그가 비켜서는 순간 왼손을 틀어 뒤쪽 연결부를 겨눴다. 포탈이 총구 앞을 가리기 전에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도 포가 먼저 들어왔다.


탄환이 장갑의 모서리를 튕기며 지나갔다. 그 충격에 상대의 몸이 반쯤 돌아갔다. 나는 곧바로 거리를 좁혔다. 포를 밀어내고 장치로 향하려던 순간, 그의 다른 손이 내 팔목을 붙잡았다.


“거긴 안 된다고 했죠.”


처음으로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는 잡힌 팔을 비틀며 몸을 붙였다. 상대가 당기는 힘을 이용해 중심을 옮기고, 어깨로 가슴갑주를 밀었다. 그가 한 걸음 물러났다. 서로의 무기가 비좁게 얽혔다. 그때 포의 옆면이 눈앞에 들어왔다.


낯선 부품과 연결 장치에 시선을 빼앗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바깥을 감싼 구조는 달랐다. 그러나 손잡이 아래로 이어지는 형태와 중심부의 흔적은, 내가 매일 손에 쥐고 확인하던 것과 닮아 있었다.


등에 멘 디스트로이어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상대의 포를 내려다봤다. 그 역시 내 어깨 너머를 보고 있었다.


잠깐의 정적이 생겼다.


먼저 움직인 건 나였다. 팔목을 빼내고 뒤로 물러났다. 상대도 뒤쫓지 않았다. 포를 몸 앞에 세웠지만 포구는 조금 내려가 있었다.


“그 무기.”


내가 입을 열자 상대가 거의 동시에 말했다.


“등에 있는 거, 어디서 구했어요?”


서로의 말이 겹쳤다. 나는 팬텀슈터의 손잡이를 다시 움켜쥐었다. 투구 안쪽으로 흐른 땀이 관자놀이를 간질였다.


“먼저 대답하시죠.”


“제가 물어보고 싶은데요. 그걸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을 리가…….”


말끝이 흐려졌다. 상대의 시선이 내 어깨에서 가슴갑주로, 다시 양손의 총으로 이동했다. 조금 전 무기를 관찰하던 움직임과는 달랐다. 하나를 확인할 때마다 다음 것을 급히 찾는 눈길이었다.


나 역시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포격에 섞여 있던 익숙한 기운. 무게를 다루는 자세. 서로 다른 외형 아래 남아 있는 무기의 흔적. 어느 것 하나만으로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전부 우연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려웠다.


“투구를 벗으세요.”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쪽도요.”


나는 잠깐 망설였다. 장치는 그의 뒤에 있었고, 거리는 네 걸음 남짓이었다. 어느 쪽이든 상대가 빈틈을 보이면 바로 공격할 수 있었다.


오른손의 총구를 조금 내렸다. 상대도 포를 내려 바닥에 받쳤다. 여전히 손잡이를 놓지는 않았다.


우리는 거의 동시에 투구를 해제했다. 빛이 걷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먼저 보였다. 먼지가 묻은 이마 아래로 드러난 눈, 조금 열린 입술, 표정을 잃어가는 얼굴. 나는 숨을 멈췄다.


낯선 갑주 위에 내가 아는 얼굴이 있었다. 거울에서 보던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머리 모양도, 눈매에 남은 인상도 달랐다. 그래도 알아 볼 수는 있었다.


상대도 나를 보고 있었다. 그의 입이 한 번 열렸다가 닫혔다. 조금 전까지 포격 사이로 쉴 새 없이 들리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나도 그 침묵을 재촉하지 못했다.


“……잠깐만요.”


그가 겨우 말했다. 시선이 내 얼굴에 머물렀다가 자신의 포로 떨어졌다. 이어 장치의 중심부를 돌아봤다. 꺼질 듯 남아 있는 빛이 그의 뺨 위로 스쳤다.


“설마, 장소만 바뀐 게…….”


나는 그 말의 끝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다시 내 얼굴을 보았을 뿐이었다. 방금까지 장치를 지키던 손이 손잡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나는 팬텀슈터를 완전히 내리지는 않았다. 다만 상대의 가슴을 향하던 총구를 바닥 쪽으로 돌렸다.


“이름이 뭡니까.”


그가 마른침을 삼켰다.


“청.”


돌아온 목소리는, 듣고 나니 더 분명하게 낯익었다.


“청이예요.”


나는 그 얼굴을 바라봤다. 머릿속에서 몇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가, 어느 것도 확신하지 못한 채 가라앉았다. 싸움을 계속하기에는 확인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왼손의 팬텀슈터도 천천히 내렸다.


“……설명을 들어야겠군요.”


상대가 입을 열려 하기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처음부터. 장치에는 손대지 말고요.”


그는 연결부로 뻗으려던 손을 멈췄다. 잠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번에는 되받아치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서 떨어진 금속 조각 하나가 뒤늦게 바닥을 굴렀다. 그 소리가 멎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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