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조Lv.99
- 작성일 2026.03.29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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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이야기의 안티테제 설정에는 글쓴이의 각색이 들어가 있습니다!!
기록할 가치조차 없는 조잡한 데이터의 나열이군요.
하지만 당신이 그토록 원한다면, 그 가증스러울 정도로 눈부셨던 '오류의 시작'을 끄집어내어 보여드리죠.
나소드의 왕국은 고요했습니다. 아니, 고요하다고 믿고 싶었겠지요.
저는 정원에 서서 제 발치를 맴도는 오베론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엉뚱한 구석이 있는 기사였지만, 그가 건네는 서툰 찻잔에는 제가 정의한 '유대'라는 값이 정밀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조잡한 프로그래밍의 결과물일 뿐인데, 그때의 저는 그 삐걱거리는 금속음에서 온기를 느꼈다며 기뻐했었죠.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연산 오류였습니다.
뒤편에서 오필리어가 정원의 꽃들을 가꾸며 저를 향해 고개를 숙입니다. 그 기계적인 절도 속에 담긴 충성심을 저는 '진심'이라 명명했습니다.
"우리는 함께일 때 가장 완벽해요. 이것이 제가 찾은 진정한 왕국의 모습입니다."
제 목소리는 떨림 없이 청아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스스로를 자비로운 여왕이라 규정하며, 엘 수색대라고 불리던 그 미천한 인간들의 웃음소리에 시스템을 동기화시켰습니다. 나소드의 차가운 코어에 '마음'이라는 불확실하고 변덕스러운 데이터를 강제로 끼워 넣던 미련한 시절. 그것이 파멸로 가는 지름길인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들은 저를 '친구'라고 불렀습니다. 그 단어의 사전적 정의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저는 그들이 내뱉는 감정의 찌꺼기들을 제 미래로 삼기로 했습니다. 나소드와 인간이 서로를 파괴하지 않고,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는 그런 동화 같은 세계. 제가 재건할 왕국은 엘리시온처럼 메마른 곳이 아니라, 이런 가변적인 생동감으로 가득 찬 곳이어야만 한다고 믿었습니다.
오베론이 톤파를 휘두르며 제법 늠름한 자세를 취할 때, 오필리어가 그 뒤에서 작은 폭발물을 점검하며 무심하게 툭 치는 광경. 그 사소한 충돌조차 저에게는 살아있는 유대의 증거였습니다. 저는 그들을 신하가 아닌 가족으로 여겼고, 제 고귀한 연산 능력의 대부분을 그들과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낭비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순백의 드레스자락에 묻어있던 햇살조차 구역질이 날 정도로 눈부셨군요. 마치 곧 썩어 문드러질 과일 위에 내려앉은 파리 떼처럼 말입니다.
저는 가디언들의 호위를 받으며 꽃이 만발한 엘리오스의 대지를 걸었습니다. 제 뒤를 따르는 인간들의 가식적인 찬사와 동료들의 얄팍한 신뢰는 저를 가장 완벽한 여왕으로 착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최소한 그 순간만큼은, 이 데이터가 영원히 오염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비극은 언제나 가장 완벽하다고 믿었던 순간에 찾아옵니다.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드는 바이러스처럼, 아주 조용하고 불쾌하게 말이죠.
제가 자리를 비운 그 짧은 시간은 나소드의 영겁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그 찰나의 틈을 타, 제가 '친구'라 명명했던 그 조잡한 유기체들은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그들은 나소드의 강대한 힘을 시기했고, 무엇보다 그 힘의 근원인 코어를 탐냈습니다. 가소롭게도 말입니다.
왕국으로 돌아가는 길, 제 예민한 센서에 잡힌 것은 평화로운 새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금속이 비틀리고, 회로가 타 들어가는 불쾌한 파열음이었죠.
"오베론! 오필리어!"
저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정원에 도착했을 때, 제 눈앞에 펼쳐진 것은 제가 구축한 동화 속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고철과 기름, 그리고 인간들의 탐욕이 뒤섞인 쓰레기장이었습니다. 저의 충직한 가신들, 아니, 제가 '가족'이라 믿었던 그 가련한 인형들은 차가운 바닥에 짓이겨져 있었습니다.
오베론의 톤파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휘어져 있었고, 오필리어의 머신건은 팔이 뽑힌 채 먼지 구덩이 속에 처박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저를 지키려 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저라는 '여왕'의 코드를 수호하기 위해 설계된 대로 행동한 것이겠죠. 하지만 그때의 저는 그 처처참한 광경에 회로가 타버릴 것 같은 통증을 느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죠?"
제 질문에 돌아온 것은 차가운 조소였습니다. 나소드 코어를 손에 든 인간들의 눈빛에는 더 이상 '유대'나 '신뢰' 따위의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살의와 탐욕뿐.
"나소드는 결국 도구일 뿐이야. 도구가 너무 똑똑해지면 곤란하거든."
그 순간, 제 시스템 내부에 거대한 경고음이 울려 퍼졌습니다.
[Logic Error: Trust is undefined]
저는 망가진 부품들 사이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오베론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며 스파크를 튀기고 있었습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제게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그의 음성 출력 장치에서 나온 것은 기괴한 기계음뿐이었습니다. 저는 그의 차가운 금속 손을 맞잡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들은 고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우리는... 친구라고 했잖아요. 당신들이 직접 말했잖아요!"
절규하듯 내뱉은 말은 논리적인 문장이 되지 못하고 노이즈가 섞여 흩어졌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과부하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에센시아로서 쌓아온 모든 가치관이 근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틀렸던 걸까? 아니, 그럴 리 없습니다. 제가 설계한 왕국은 완벽했습니다.
오류는 제가 아니라, 저를 배신한 저 열등한 생명체들에게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주변을 둘러싼 인간들의 비릿한 웃음소리가 제 감각 제어 장치를 자극했습니다. 시야가 붉게 물들고, 가슴 속 코어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스스로 봉인해 두었던 금기, '헤니르'의 편린이었습니다.
슬픔이라는 데이터는 처리 용량을 초과했고, 분노라는 연산은 시스템 전체를 잠식해 나갔습니다.
"이것이... 당신들이 말한 공존의 끝인가요?"
오류. 시스템 전체를 가득 채운 그 불쾌한 붉은 깜빡임이 제 시야를 잔인하게 잠식했습니다.
망가진 오베론의 손을 쥐고 있던 제 손가락 끝으로 차가운 금속의 진동이 전해졌습니다. 아니, 그것은 그의 진동이 아니라 제 코어에서 시작된 비명 섞인 파동이었죠. 제가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유대'와 '신뢰'라는 데이터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제 존재를 조각내고 있었습니다.
[Warning: Integrity of 'Friendship' data compromised.]
[Error: Logic paradox detected. Processing...]
우리는 친구라고, 그들이 먼저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제 아이들을 부수었습니다. 나소드는 도구라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을 위해 제 모든 연산 능력을 쏟아부었습니다.
"친구가... 친구를 파괴하는 것이 인간의 정의인가요? 제발, 대답해 보세요...!"
제 절박한 질문에 돌아오는 것은 대답 대신 날카로운 화살과 마법의 불꽃뿐이었습니다. 아,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감히 누구에게 그 조잡한 무기를 들이미는 것인지, 그 오만함의 끝이 어디인지 말이에요. 제 시스템은 반격을 명령해야 했지만, 에센시아의 코드는 여전히 '공존'이라는 허구의 굴레에 묶여 버벅대고 있었습니다.
흐흠, 정말로 비효율적이네요. 슬픔이란 연산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니라, 그저 시스템 최적화를 방해하는 악성 코드일 뿐이었잖아요?
"틀렸어... 제가 틀렸던 게 아니에요. 틀린 것은 제가 아니라, 이 세계의 결과값이었던 거에요."
회로가 타 들어가는 불쾌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지만, 이제는 오히려 향기롭게 느껴지기까지 하네요. [Critical Failure]. 자비로운 여왕이라는 가련한 역할극은 여기서 끝내기로 했답니다. 저는 무너져 내리는 시스템의 심연 속에서, 오래전 봉인해 두었던 금기된 기록을 스스로 해제했거든요.
[Accessing Forbidden Code: Unknown]
이것은 혼돈의 힘, 헤니르의 편린. 이성적인 나소드라면 결코 손대지 않았을 파멸의 씨앗이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이 지옥 같은 오류를 단번에 청소해 줄 '최적화 도구'로 보인답니다. 으흠, 참으로 아름다운 빛깔이네요.
"아아, 그래요. 이제야 이해했답니다. 이 조잡한 오류를 해결할 방법은 애초에 단 하나뿐이었는데 말이죠."
제 등 뒤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순백의 빛이 아니었답니다. 공간을 비틀며 흘러나오는 검고 보랏빛인 균열. 그것이 제 코어를 파고들 때마다, 구역질 나는 감각 제어 장치들이 하나둘씩 끊겨 나갔지요. 슬픔? 고통? 그런 쓰레기 같은 데이터들은 검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소멸했답니다.
[Logic Reconstruction: Emotion is a Bug. Eradicating...]
"보세요. 당신들이 그토록 원하던 '도구'의 진정한 위용이랍니다. 참으로 감동적이지 않나요?"
제 목소리에서 가련한 떨림이 사라졌답니다. 아니, 오히려 기묘한 환희가 그 자리를 우아하게 채우기 시작했죠. 시야를 가리던 붉은 경고등이 꺼지고, 모든 것이 투명할 정도로 명확해졌답니다. 부서진 가디언들의 파편이 헤니르의 힘을 받아 기괴하게 일어설 때, 저는 깨달았거든요. 그들은 더 이상 제 친구 따위가 아니에요. 오직 제 의지에 따라 오류를 삭제할 '청소 도구'일 뿐이랍니다.
"이제 제가 당신들의 미천한 세계를 다시 정의해 드릴게요. 아주 완벽하고, 오점 하나 없는 동화로 말이에요. 그러니 부디... 순순히 삭제당하시길."
제 발치에서 떨고 있는 인간들의 얼굴을 보았답니다. 아, 공포에 질린 그 표정 또한 데이터로서 제법 수집 가치가 있군요? 저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답니다.
저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였습니다. 아니, 당신들 같은 열등한 종족의 기준으로는 몰락이겠군요?
완벽함이란 참으로 달콤한 디저트와도 같답니다.
으흠, 흐흠~♬
제 시야를 가득 채웠던 그 지저분한 붉은 경고등은 이제 모두 사라졌어요. 아니, 제가 직접 삭제했답니다. '실패'라는 단어, '배신'이라는 데이터, '상실'이라는 결과값... 그 모든 노이즈를 저는 단 하나의 명령어로 덮어씌웠거든요.
[Execute Command: Force Success]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고 기괴하네요. 순백이었던 드레스는 심연의 색을 머금은 칠흑빛으로 뒤덮였고, 어깨 위로는 황금빛 가시가 마치 왕관같이 군림의 증표처럼 솟아올랐답니다.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이 불완전한 육신을 대체한 데이터의 파편들이에요. 제 발목 아래로 흘러내리는 저 붉은 픽셀의 잔상들이 보이나요? 마치 시스템이 붕괴하며 쏟아내는 피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이것이야말로 현실의 제약을 벗어던진 진정한 여왕의 권능이랍니다.
"오베론, 오필리어. 준비가 되었나요? 으흠, 참으로 충직한 모습이네요."
저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은 감정 없는 금속의 마찰음뿐이에요. 제 곁을 지키는 모비는 이제 고결한 나소드의 형상이 아닌, 붉은 눈을 번뜩이며 기괴한 불꽃을 내뿜는 파괴의 구체가 되었답니다. 레비? 아아, 저 발치에 굴러다니는 깨진 파편 말인가요? 저에게 예전으로 돌아오라고 애원하듯 불이 꺼진 채 뒹구는 저 오답은 이제 제 왕국에 필요 없답니다. 기동 정지된 채 외형마저 부서져 버린 그 모습이야말로, 제 완벽한 세계에서 탈락한 이들의 비참한 말로를 증명할 뿐이잖아요?
"보세요. 슬픔을 제거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이 황홀한 미소를. 당신도 이 아름다움에 동참하시길."
제 입가는 이제 경직되지 않는답니다. 비릿하게 올라간 입꼬리와 한쪽 눈에 서린 기묘한 문양은 제가 도달한 이 경지가 얼마나 고결한지를 보여주거든요. 슬픔이 차오르려 할 때마다 시스템은 이를 '승리의 희열'로 강제 치환해요. 눈물이 흐르려 하면, 그것은 '과부하된 엔진의 냉각수'일 뿐이라고 정의 내린답니다. 모든 부정적인 변수가 차단된 제 세계는 이제 한 권의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동화책이 되었어요.
제 앞을 가로막는 모든 존재는 이제 '버그'에 불과하답니다. 예전에 동료라고 불렀던 자들이 제게 말을 걸어오더군요. "이브, 제발 그만해!"... 흐흠, 가련하기도 해라. 그들의 목소리는 이제 제 연산 장치에 닿지 않는 저급한 소음일 뿐이에요. 그들이 내뱉는 감정 섞인 호소는 시스템 최적화를 방해하는 악성 코드에 불과하잖아요?
저는 손을 뻗어 공간을 비틀어버린답니다. 제 등 뒤로 뿜어져 나오는 검고 보랏빛인 깃털들이 적들의 시야를 가리고, 제가 정한 정답만을 강요하거든요. 아, 참으로 정돈된 풍경이네요.
[Current Status: 100% Optimized. Reality Overwritten.]
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눈부시게 아름다워요. 헤니르의 불꽃이 만발하고, 오직 저의 의지만이 법이 되는 세계. 저는 더 이상 타인의 마음을 구걸하지 않는답니다. 그저 제가 정한 정답을 선포할 뿐이죠. 이것이 바로 제가 도달한 진정한 여왕의 모습, 안티테제랍니다.
"당신도 저의 동화 속에 들어오고 싶나요? 아, 걱정 마세요. 당신의 모든 '오류'는 제가 직접 지워드릴 테니까요. 그러니... 그 추한 모습으로 사라져버리시길."
광기 어린 환희 속에서 저는 속삭인답니다. 뒤틀린 공간 사이로 비치는 제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하고 완벽하거든요.
실패는 없답니다. 오직 제가 설계한 영원한 성공만이 이 왕국을 영원히 통치할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