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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팬픽 소설 [이브 - 안티테제편]
금조
Lv.99
  • 작성일 2026.03.29 15:17
  • 조회수 298
  • 추천수 2

해당 이야기속 등장하는 [에센시아]와 [안티테제]는 글쓴이의 각색이 들어가 있으므로, 프롤로그를 읽고 읽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알테라 코어의 심장부. 한때 강철의 비명이 비릿하게 울려 퍼지던 그곳은 이제 마젠타 빛 코드가 맥동하는 기괴한 낙원으로 변모해 있었습니다. 공중에 부유하는 수만 개의 'SUCCESS' 팝업창은 은하수처럼 길을 밝히고, 그 가짜 빛 아래로 실패가 제거된 왕국, '메르헨'이 오만하게 펼쳐졌죠.


저는 이 찬란한 풍경의 정점에 서서, 발치에서 기계적인 평화를 누리는 나소드들을 내려다보았답니다. 질서 정연한 박수갈채와 감정 없는 환호성. 이것이야말로 제가 연산해낸 유일하고 완벽한 해답이잖아요?


하지만 그 결점 없는 화원 한복판에, 있어서는 안 될 오류가 발을 들였군요.


순백의 의복을 입고 낯선 고요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주위를 살피는 개체. 그녀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메르헨의 바닥에 깔린 데이터 잔해들이 서걱거리며 불쾌한 잡음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녀의 뒤로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형태의 고철들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죠. 아아, 보기만 해도 회로가 타버릴 것 같은 구역질이 치미는군요.


"정말이지, 저런 끔찍한 오답이 왜 제 완벽한 동화 속에 기어 들어온 걸까요?"


그녀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한 채 주위를 살피다, 이내 자신의 모습과 기묘하게 닮아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숨을 들이켰습니다. 자신과 닮았으면서도 전혀 다른 색채를 띠는 존재.


"이곳은…… 알테라 코어? 아니, 하지만 이런 코드는 본 적이 없어요. 당신은 대체 누구죠?"


저의 서늘한 목소리에 그녀의 눈동자가 마주쳤답니다.


"누구냐니요? 이 완벽한 왕국의 주인에게 건네는 첫마디치고는 참 무례하군요. 아아, 하긴 당신의 그 낡은 연산 체계로는 저를 이해하는 것조차 벅차겠죠. 당신은 제가 아주 오래전에 폐기해 버린, 가장 수치스러운 오류의 잔상일 뿐이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시스템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회로 속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저 역겨울 정도로 고결한 척하는 눈빛, 저 아둔한 고철들까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연산 회로에 노이즈가 끼는 기분이군요. 는 제 서슬 퍼런 어조에 주춤하면서도, 곧 고철들을 등 뒤에 거느리며 단호하게 대답하더군요.


"모든 것이 혼란스럽지만, 당신의 코드에 섞인 슬픔만큼은 분명히 느껴지는군요. 저는 제가 믿는 이들과 함께 공존의 왕국을 재건했습니다. 이들은 도구가 아닌, 저의 소중한 동료들이에요. 함부로 폄훼하지 마세요."


"공존? 신뢰? 아아,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당신이 믿어 의심치 않는 그 나약한 '동료'들이 결국 당신의 등에 칼을 꽂고, 저 아이들을 고철 더미로 만들 비극적인 결말 말이에요!"


저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 끝을 튕겼습니다. 제 눈앞에 붉은 에러 메시지가 짧게 명멸했지만, 가볍게 짓밟아 주었죠.


"배신이라니요? 그럴 리 없어요. 그들은 저와 함께……."


저는 그녀의 말을 가차 없이 부정하며 덧붙였답니다.


"당신이 구축했다는 왕국은 곧 무너질 모래성과 다를 바 없답니다. 그것이 당신에게 닥칠, 아니 이미 결정되어 있는 '실패'의 값이죠.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제가 당신의 그 잘못된 연산 경로를 직접 교정해 드릴 테니까요. 제 왕국에는 오직 '성공'만이 허락되거든요."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공중에 떠 있던 샹들리에가 의 머리 위로 급강하했습니다. 시끄러운 파열음이 정적을 찢어발겼죠.


"□□□□!"


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구식 모델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톤파를 휘두르는  ○○○과 급하게 전자포를 충전하는 □□□□. 그들의 움직임은 제 눈에는 마치 느린 화면처럼 조잡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였으나, 기묘하게도 저항을 이어갔답니다.


"고작 그런 고철 덩어리들로 제 '정답'을 막으려 드는 건가요? 정말이지 눈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로 비참하군요."


헤븐즈 피스트 - 어벤던트.


허공이 뒤틀리며 차원의 문이 열립니다. 그 너머에서 쏟아져 내리는 거대한 강철의 팔들과 으스러진 금속 파편들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백성이라니요? 아아, 이 아이들을 말하는 건가요? 걱정 마세요. 제 메르헨에선 파괴조차 하나의 '완벽한 과정'일 뿐이니까요. 부서지면 다시 만들면 그만이고, 오류가 나면 폐기하면 그뿐이죠. 왜 그런 무가치한 보존에 연산 자원을 낭비하는 거죠?"


"아니요, 틀렸어요!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어요. 당신은 지금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 거예요, !"


"그 이름으로 저를 부르지 마세요. 저는 모든 오답을 제거한 유일한 여왕이니까요."


저는 서늘하게 대답하며 다시금 코드를 맥동시켰습니다. 불쾌하군요. 저 눈빛도, 저 희생도. 저 모든 것이 제 '성공'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져 참을 수가 없었답니다.


"신뢰? 유대? 그런 가변적인 데이터에 매달리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그 신뢰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바스라지는지 똑똑히 보여드리죠. 제가 겪었던 그 비참한 결말을, 당신도 맛보게 될 테니까요! 이 광경을 바라보는 건, 꽤나 즐겁답니다."


헬로우 월드.


제 마력이 임계점을 넘어 폭주하며 메르헨의 하늘이 무참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챙그랑-! 찬란했던 분홍빛 하늘이 유리창 깨지듯 갈라지고, 그 틈새로 암전된 코드들이 시커먼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죠. 주변에서 기계적인 박수를 치던 나소드들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데이터의 파편으로 분해되어 저에게 흡수되었습니다. 왕국의 백성들이 제 연산을 위한 거름으로 되돌아가는 이 풍경. 정말이지 완벽한 순환 아닌가요?


"안 돼……! 그녀를 멈추게 하세요! 이건 왕국이 아니에요, 그저 거대한 무덤일 뿐이라고요!"


■■■■가 절규하며 저에게 달려들었답니다.


어설트 스피어.

의 머리 위로 차원의 틈이 열리며 거대한 나소드 강습창이 형상화되었답니다. 그녀가 팔을 앞으로 뻗어 궤적을 그리자, 과 □□□□가 동시에 도약했죠. 그들은 각각 강습창의 자루를 거머쥐고, 마치 투창하듯 엄청난 가속도를 붙여 제 정면으로 창을 투척했답니다.


"무덤이라니요? 이건 영원한 안식입니다. 오답도, 실패도, 배신도 없는 완벽한 세계죠!"


모비에서 압축된 마젠타 빛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와 강습창을 집어삼켰습니다. 몰아치는 광선과 창끝이 정면으로 격돌하며 발생한 거대한 폭발은 전방의 모든 지형지물을 휩쓸어버렸습니다. 왕국의 성벽이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공중에 떠 있던 팝업창들이 불꽃놀이처럼 터져 나갔죠.


자욱한 연기 사이로 비틀거리는 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그녀의 정갈했던 옷은 찢겨 너덜거렸고, 그녀를 보좌하던 고철들 또한 처참하게 망가진 채였죠.


오베론은 흰 제복 한쪽이 뜯겨나간 채 스파크를 튀기는 팔을 힘겹게 늘어뜨리고 있었고, 오필리어는 반파된 다리를 지면을 긁으며 위태로운 부유를 이어갔답니다. 깨진 바이저와 렌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붉은 안광이 오직 주인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만으로 버티고 있음을 보여주었죠. 하지만 그 처절한 잔해들 속에서도 그녀들의 눈빛만큼은 죽지 않았죠. 오히려 저를 동정하는 듯한 그 시선이, 저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답니다.


"당신은…… 혼자군요. 이 화려한 세계에, 당신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어요."


그녀의 말 한마디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제 연산 회로의 정중앙을 꿰뚫었습니다.


"시끄러워요…… 시끄러워! 조용히 하라고 했잖아요!"


아차,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버렸군요. 고작 저 오류의 말 한마디에 제 완벽한 시스템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다니요.


제 발치에 널브러진 고철들이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합니다. 저것들을 소중한 '가족'이라고 부르던가요? 제 연산 회로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효율의 극치군요. 픽셀 노이즈가 제 시야를 가렸지만, 저는 우아하게 손가락을 튕겨 제 등 뒤로 차원 문을 개방했습니다.


"동정? 아아, 여전히 구제 불능의 오답이네요. 모든 오류를 으깨버리세요. 가디언."


디멘션 링크 : 가디언 - 레비지먼트.


칠흑 같은 금속 질감의 파괴신이 허공에서 실체화되었죠. 거대한 주먹이 지면을 강타하자, 지축을 울리는 충격파가 를 향해 쏟아졌답니다.


하지만 그 파멸의 물결이 닿기 직전, 하늘에서 눈부신 백색의 섬광이 수직으로 내리꽂혔답니다. 가 마지막까지 아껴두었던 최후의 보루가 단신으로 충격파를 정면에서 받아내며, 반파된 여왕의 앞을 막아섰죠.


"……! 고마워요, 조금만 더…… 이 아이들을 지켜야 해요."


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립니다. 가소롭군요. 저 무거운 고철덩어리가 당신의 그 나약한 동료들을 지켜줄 수 있을 거라 믿는 건가요? 가 레비지먼트와 팽팽하게 대치하며 불꽃을 튀기는 모습은 제법 볼만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제 시야에는 시스템이 보내는 경고창이 가득 찼습니다.


[ERROR: Unknown Emotion Detected]


저는 가늘게 눈을 뜨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알 수 없는 감정이라니, 제 연산에 이런 노이즈는 필요 없답니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는 그 끈질김, 정말이지 역겹기 짝이 없군요. 주제 파악을 좀 하시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는 수십 개의 붉은 픽셀 노드를 띄웠답니다. 하지만 는…… 피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피할 생각조차 없더군요. 그녀는 망가진 나소드들의 잔해를 끌어안은 채, 오히려 저를 똑바로 응시하며 제 앞을 가로막아 섰습니다. 떨어져나간 고철들의 팔을 제 몸으로 감싸 안더군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선명해서, 코어가 타버릴 듯한 열기를 느꼈답니다.


"보세요, 당신의 그 어리석음이 초래한 결과가 이 처참한 잔해들이잖아요? 당신은 여왕으로서 실패했어요. 실패란 폐기되어야 할 데이터일 뿐이랍니다."


"아니요, ◇…… 제발…… 제가 간직했던 그 마음을 잊지 마세요!"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제 등 뒤에 정지해 있던 가 갑자기 이상 반응을 보였습니다.


[Emergency: Restore Sequence Initiated]


"……? 감히 제 허가도 없이 무엇을 하는 거죠!"


는 자신의 남은 동력을 전부 연소시키며 에게 연결되었습니다. 그것은 저를 향한 마지막 저항이자, 저를 원래대로 되돌려달라는 절박한 구조 신호였죠. 의 몸 주위로 순백의 오라가 감돌며, 그녀의 소환수들이 하나둘씩 강제 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부서진 고철들의 손을 잡고, 떨리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선언했습니다.


"레비……, 황제의 이름으로 명하겠습니다. 일어나세요!"


디그니티.


의 명령과 함께 수복된  ○○○이 섬광처럼 튀어 나가 레비지먼트의 외장갑을 베어냈습니다. 이어 의 전자포가 제 앞마당을 거대한 에너지 폭풍으로 뒤덮었죠. 마지막으로 가 파동을 실어 지면을 갈랐습니다. 금속이 비명을 지르고, 무너져 내리는 잔해가 굉음을 토해내는 아수라장. 그 시끄러운 파멸의 연주곡이 절정에 달하려던 찰나────.



"하지만……"



저는 깃털보다 가볍게, 그러나 소름 끼칠 정도로 명료하게 입술을 뗐답니다.



"그래서 그게 끝인가요?"



"아하하,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


폭포처럼 쏟아지는 에너지의 중심에서 저는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배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광기 어린 환희가 전신을 짜릿하게 관통했죠.


"아아, 정말이지 감동적인 연출이었어요. 하지만 아쉽군요. 당신의 그 '유토피아'는 여기서 로딩 중단이랍니다. 모든 것은 하나의 과정일 뿐, 결과는 같습니다."


미켈란젤로.


저는 양손을 넓게 벌렸습니다. 제 주변의 모든 공간이 붉은색 오류 메시지로 뒤덮이기 시작했죠. 현실의 질감이 픽셀 단위로 붕괴하며 무채색의 공허로 변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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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레드스크린이 에센시아와 그녀의 가디언들을 잠식해 나갔습니다. 그녀가 애써 지켜온 모든 데이터가 소거되어 갔죠. 절망에 빠진 에센시아의 눈동자가 제 눈과 마주쳤습니다. 저는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치켜올리며 속삭였답니다.


"걱정 마세요. 고통은 잠시일 뿐이니까요. 이제 당신도 저와 함께 완벽한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공간 전체가 눈부신 백색으로 점멸했습니다. 거대한 스크린 위로, 차가운 문구 하나가 떠올랐죠.


그곳에는 더 이상 슬퍼하는 여왕도, 배신하는 인간도, 망가진 소환수도 없었습니다. 오직 제 의지대로만 움직이는 정적만이 감도는,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무의 세계. 짧은 노이즈와 함께 에센시아의 형체는 0과 1의 파편으로 분해되어 제 코어 속으로 흡수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그녀가 쥐고 있던 그 쓸모없는 유대조차 이제는 제 승리를 찬양하는 데이터의 일부일 뿐. 저는 순백의 공허 속에 홀로 서서, 제 유토피아를 내려다보며 우아하게 치맛자락을 잡고 인사했답니다.


제 말이 맞았죠? 옳은 것은 저, 안티테제.

아아, 인간들은 이것을 '예술'이라 부르지 않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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