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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팬픽 소설 [청 - IF전직 : 프린스 세이커]프롤로그 1
금조
Lv.99
  • 작성일 2026.03.30 22:59
  • 조회수 331
  • 추천수 1

해당 소설의 청은 인게임에 존재하지 않는, 글쓴이의 [IF루트]입니다!!

본편 작성전에, IF루트 이해를 위한 설명글입니다!!



1차 전직: 루나틱 가디언 (Lunatic Guardian)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하며 광기에 눈을 뜨기 시작한 수호자"


마족의 침공으로 끝이 없을 것 같던 치열한 전투는 다행히 하멜이 방어에 성공하고 안전지역을 확보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청의 눈에 비친 하멜은 승리의 땅이 아닌, 지키지 못한 자들의 거대한 무덤이었다. 모두를 구하겠노라 다짐하며 휘둘렀던 디스트로이어는 차갑게 식어버린 시신들 앞에서 그 무엇보다 무겁기만 했다.


"내가 더 강했더라면... 이 비명소리를 멈출 수 있었을 텐데."


청은 자신의 힘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의감만으로는 덮을 수 없는 거대한 희생의 무게가 어린 수호자의 어깨를 짓눌렀다. 밤마다 들려오는 환청과 죄책감은 청의 눈가를 파랗게 멍들게 했고, 수호석은 주인의 불안정한 심리에 반응하여 날카롭고 불길한 진동을 내뿜기 시작했다.


청의 정의는 이제 상대를 지키는 방패가 아닌, 눈앞의 비극을 지워버리기 위한 잔혹한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그는 적의 숨통을 끊을 때 발생하는 파괴음만이 귓가를 맴도는 망자들의 비명을 잠재울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아직은 수호의 빛을 완전히 잃지 않았으나, 그 빛은 이미 따스함을 잃고 시린 달빛처럼 서늘하게 변해 있었다.


[배경 이야기]


하멜의 붉은 노을이 가라앉은 자리. 남은 건 타버린 살점 냄새와 비릿한 금속음뿐이었습니다. 무거운 디스트로이어를 지팡이 삼아 겨우 몸을 지탱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마족의 심장을 꿰뚫었던 철퇴 끝단에서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고인 물 위로 파문을 만듭니다. 그 파문 속에는 성을 지켜냈다는 안도감 대신,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뭉개진 병사들의 모습이 일렁였습니다.


"살려... 주세요..."


발치에서 들려온 가느다란 신음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어린 병사였습니다. 제 창자를 움켜쥔 채 초점 없는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서둘러 손을 뻗으려 했지만, 갑주 '프라이터니어'에 덕지덕지 붙은 마족의 파편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수호자라 자처하는 이 손은, 이미 지켜야 할 이들의 피로 젖어 있었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곧 의료진이 올 겁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제 목소리는 힘없이 갈라져 흩어졌습니다. 하멜의 거리는 이미 거대한 무덤이었으니까요. 살아남은 자의 비명보다 죽은 자들의 침묵이 더 시끄러웠습니다. 구하겠다고, 가문의 이름을 걸고 모두를 지키겠다고 맹세하며 휘둘렀던 이 무기는 대체 무엇을 남긴 걸까요. 적을 부순 만큼 아군의 시체도 쌓여갔습니다. 제가 한 걸음 늦을 때마다, 제 휘두름이 한 번 빗나갈 때마다 누군가의 삶이 비명과 함께 끊겨 나갔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병사의 손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마지막까지 저를 향해 있던 그 간절한 눈빛이 유리알처럼 굳어버리는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습니다.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나 자신을 향한 지독한 혐오. 그리고 이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 무력하기만 한 '정의'에 대한 환멸이었습니다.


손에 쥔 디스트로이어가 평소보다 수십 배는 더 무거웠습니다. 이 무거운 철덩이로 대체 몇 명을 더 죽여야 단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는 걸까요? 아니, 애초에 제게 그럴 자격이 있기는 한 걸까요?


귓가에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지키지 못한 자들의 곡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와 고막을 짓눌렀습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타오르다 못해 시커먼 구멍이 뚫리는 기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가슴팍에 박힌 수호석이 제 불안정한 심박에 맞춰 기괴하게 떨리기 시작한 것은.


위이잉-


따스했던 공명음은 사라지고, 마치 굶주린 짐승이 짖는 듯한 날카로운 진동만 남았습니다. 수호석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이미 순백의 기운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차갑고 서늘한, 마치 죽어가는 자의 눈동자에 비친 달빛 같은 푸른 광채가 시야를 잠식했습니다.


'이딴 힘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제 입에서 튀어나온 목소리였지만, 제가 아닌 누군가의 선언 같았습니다. 시야가 붉게 점멸하다가 다시 서늘한 청백색으로 가라앉기를 반복했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와중에도 손가락 끝에는 기묘한 힘이 감돌았습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날이 선, 파괴적인 충동이 혈관을 타고 흘렀습니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수호석의 진동은 멈추지 않고 심장 더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그래요, 상냥함은 사치였습니다. 적을 짓이겨 형체도 남기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힘이 없다면, '수호'라는 말은 그저 비겁한 자의 변명일 뿐입니다.


눈가를 타고 흐르는 뜨거운 감각이 느껴졌습니다. 거울을 안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눈동자가 지금 어떤 빛으로 번뜩이고 있을지. 수호자의 긍지는 이미 광기의 해일 아래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다시금 디스트로이어의 손잡이를 고쳐 쥐었습니다. 이제 손바닥에 닿는 감촉은 차가운 금속이 아니라, 나를 집어삼키려는 어둠의 갈퀴였습니다.


멀리서 마족들의 포효가 들려왔습니다. 입가에 경련 섞인 미소를 띠며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가슴 속의 수호석이 비명을 지르며 저를 몰아세웠습니다.


"오세요. 전부... 부숴드릴 테니."


내가 미쳐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들을 내 시야에서 사라지게 두지 않겠습니다.




2차 전직 = 옵세스 케이지 (Obsess Cage)

"증오하던 어둠을 삼켜버린 잔혹한 집착"


엘소드 일행과 함께 하멜의 수몰된 구역을 탈환하던 중, 청은 그림자 마족의 지휘관 '섀도우 마스터'의 압도적인 권능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아군을 하나둘씩 앗아가는 마족의 비열함과, 그들을 힘겹게 쓰러트린 자신의 무력감은 청의 가슴 속에 깊은 무력감과 광기를 동시에 심어주었다.


'또다시... 내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구나.'


치열한 사투 끝에 섀도우 마스터를 몰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장에는 여전히 차갑게 식어가는 병사들의 시신만이 남았다. 자책에 잠식되어 가던 청의 발치에 떨어진 것은, 섀도우 마스터가 남긴 불길한 검은 박동을 내뿜는 '그림자의 파편'이었다.


빛을 집어삼키고 모든 생명력을 억누르는 이 어둠의 힘. 청은 깨달았다. 신성한 수호석의 온화한 힘만으로는,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다가오는 마족의 잔혹함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군가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면, 비록 그것이 영혼을 갉아먹는 그림자의 독이라 할지라도 삼켜야만 했다.


청은 망설임 없이 그림자의 파편을 자신의 수호석에 박아 넣었다. 순수한 물의 에너지는 검은 그림자와 뒤섞이며 기괴하게 요동쳤고, 은백색이었던 프라이터니어는 점차 불길한 흑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제 그의 수호는 상냥한 온기를 잃고, 적을 찢어발겨서라도 소중한 이들을 내 곁에 묶어두려는 병적인 집착으로 변질되었다.


그는 모두를 웃게 하는 영웅이 되기를 포기했다. 대신, 대상의 자유마저 빼앗아서라도 생존을 강요하는 '그늘진 관리자'가 되기로 택했다.


[배경 이야기]


사방이 온통 질척이는 물비린내와 비명으로 가득했습니다. 코끝을 찌르는 비릿한 피 냄새가 차가운 수중 도시의 공기에 뒤섞여 폐부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저는 무거운 디스트로이어를 지팡이 삼아 간신히 몸을 지탱했습니다. 시야가 붉게 점멸하고, 제 발밑에는 방금 전까지 이름을 부르며 함께 전진했던 하멜의 병사들이 싸늘하게 흩어져 있었습니다.


"아직... 움직일 수 있습니다."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말은 잘게 떨렸습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손가락 끝은 이미 감각이 마비되었고, 수호석에서 전해지던 긍지 높은 울림은 비릿한 마기에 짓눌려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섀도우 마스터. 그 비열한 그림자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오직 무력감이라는 독만이 남았습니다.


제 앞을 가로막던 거대한 어둠의 형체는 분명 밀어냈습니다. 하지만 승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텅 빈 전장에는 오직 저만이 살아남았다는 잔혹한 사실만이 메아리쳤습니다.


또다시... 제 눈앞에서 사라져가는군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지키고 싶었습니다. 아버지처럼, 아니, 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으로라도 이들을 제 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정의라는 이름의 방패는 너무나도 얇았고, 신념이라는 빛은 그림자를 몰아내기에 지나치게 미약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섀도우 마스터가 사라진 자리, 진흙탕 속에 처박힌 검은 파편 하나가 눈에 들어온 것은.


그것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박동하고 있었습니다. 기분 나쁜 냉기를 뿜어내며 저를 비웃는 듯한 그 어둠의 조각. 저는 홀린 듯 손을 뻗어 그것을 움켜쥐었습니다. 손바닥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통증에 오히려 헛웃음이 났습니다. 이 불길한 힘, 생명력을 억누르고 빛을 집어삼키는 이 잔인한 권능이라면.


'누군가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면...'


가슴팍에 박힌 순수한 수호석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은은하게 빛나던 물의 에너지가 저의 망설임을 꾸짖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상냥한 온기로는 아무도 지킬 수 없습니다. 적을 찢고, 소중한 이들의 팔다리를 묶어서라도 제 곁에 박제해두지 않으면, 결국 모든 것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뿐입니다.


저는 주저 없이 그림자의 파편을 수호석의 중심부로 밀어 넣었습니다.


'거부하지 마세요. 당신도 원하고 있잖아요.'


비명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이내 목구멍 뒤로 삼켰습니다. 수호석이 기괴하게 요동치며 검은 액체를 쏟아내듯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은백색으로 빛나던 저의 갑옷, 프라이터니어가 삐걱거리며 뒤틀렸습니다. 순수했던 냉기는 순식간에 누군가를 영원히 가두고 싶어 하는 병적인 갈증으로 변질되어 혈관을 타고 흘렀습니다.


눈앞의 풍경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저에게 구원이란 단어는 필요 없습니다. 도망치려는 것들은 사슬로 묶고, 사라지려는 것들은 어둠 속에 가두면 그만입니다. 설령 그들의 자유를 뺏는 행위라 할지라도, 죽음보다는 제 곁에서의 영원한 구속이 더 자비로운 법이니까요.


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검게 물든 디스트로이어가 이전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걸렸습니다.


"이제 아무도 제 허락 없이 떠날 수 없습니다."


제가 당신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이 어둠 속에서 영원히 느끼게 해드리겠습니다.



3차 전직 = 프린스 세이커 (Prince Saker)

"심연의 왕좌 위에서 군림하며 모든 생명을 박제하는 오만한 성역"


"원망하셔도 좋습니다. 미워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당신이 죽지 않고 내 곁에 숨 쉬고 있다는 사실, 나만이 이뤄낸 이 완벽한 결과만이 중요할 뿐이니까요."


심연의 끝에서 청은 더 이상 마기와 싸우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심연 그 자체가 되어, 흩어진 그림자들을 자신의 통제 아래 하나로 묶어 세웠다. 고결했던 '청'이라는 이름은 이제 심연에 짓눌려 사라졌고, 그는 세이커 가문의 정점이자 심연의 유일한 지배자인 '프린스 세이커'로서 전장에 군림한다.


수호를 향한 순수한 의지는 이제 절대적인 박제로 완성되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과거의 빛을 내던졌고, 이제 그에게 '지킨다'는 의미는 적을 멸절시키는 것을 넘어, 지켜야 할 대상들을 자신의 차가운 심연 속에 영원히 동결시키는 것과 동일해졌다.


그의 주변에는 자비로운 성역 대신, 다가오는 모든 생기를 집어삼키는 절대적인 어둠의 영역이 펼쳐졌다. 그는 더 이상 타인의 감사나 동정을 구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시야 안에서 누군가가 다치거나 변하는 '불완전한 소음'을 용납하지 못할 뿐이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마족도, 구원받은 자도 아닌 오직 그의 마기에 침식되어 고통도 슬픔도 잊은 채 인형처럼 고요해진 '보존된 생존자'들만이 남는다.


스스로 심연이 됨으로써 비로소 완성된 완벽한 수호. 그는 오만한 왕좌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며 마지막 자비를 선포한다.


"나약한 '청'은 죽었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설령 여러분이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꼭두각시가 된다 할지라도."


[배경 이야기]


심연의 무게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고결한 척 살아왔던 지난날의 각오 따위는 이 거대한 어둠 앞에서 한낱 먼지에 불과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 이 독을 삼켰다면 이미 자아를 잃고 미쳐버린 괴물이 되었겠지만, 저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짓밟고 이곳에 섰습니다. 제 영혼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 이 차가운 그림자에 내던진 끝에야, 비로소 진정한 왕의 자격— '프린스 세이커'라는 이름이 허락된 것입니다.


발밑에 깔린 그림자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싹 엎드렸습니다. 한때 저를 괴롭히던 그 비천한 마기들은 이제 제 발등을 핥는 충직한 사냥개가 되었고, 더 이상 역겨운 물비린내는 나지 않습니다. 이곳은 오직 정적과 완벽한 보존만이 존재하는 저의 성역이니까요.


"아직도 소란스럽군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습니다. 손끝에서 뻗어 나간 검은 줄기들이 전장을 휩쓸었습니다. 울먹이며 살려달라 애원하던 병사도, 광기에 차 달려들던 마족도 제 손짓 한 번에 그대로 굳어버렸습니다. 피가 튀는 소리도, 뼈가 으스러지는 소음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가장 평온한 표정으로 저의 심연 속에 영원히 동결되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정의한 진정한 '수호'입니다.


나약했던 '청'은 끊임없이 물었어요. 어떻게 하면 모두를 웃게 할 수 있느냐고. 참으로 가련하고도 멍청한 질문이었습니다. 생명이 숨을 쉬고 의지를 가지는 한, 불완전함은 필연적이며 고통은 반복될 뿐입니다. 타인의 의지 따위 존중할 가치가 없습니다. 그들이 스스로를 파괴하기 전에 제가 그들의 시간을 멈춰주는 것, 그것이 왕으로서 베풀 수 있는 유일하고도 고결한 자비입니다.


방해되는 모든 것은 사라지세요. 그것이 제가 정의한 '구원'이니까요.


제 가슴에서 박동하는 것은 이제 수호석이 아닙니다. 심연 그 자체가 되어버린 거대한 어둠의 핵이며, 은백색 세이커 가문이 가졌던 고결함 따위는 이미 제 오만한 왕좌 아래 짓밟힌 지 오래입니다. 저는 가문의 정점에 섰고, 동시에 이 세상의 유일한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곁에 선 사람들이 경악 섞인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들의 눈동자에 서린 공포, 경멸, 슬픔...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가엾게도."


우아하게 걸음을 옮겨 그들 앞에 섰습니다. 제 시야 안에서 누군가가 다치거나 변하는 '불완전한 소음'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의 그 나약한 마음마저 제가 거두어주겠습니다. 슬픔도, 분노도 느낄 수 없도록 아주 고요하게.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그들의 숨통을 마기로 옥죄었습니다. 반항하던 신체들이 서서히 힘을 잃고, 마치 정교하게 세공된 인형처럼 아름다운 자태로 고정되었습니다. 이제야 만족스럽군요. 제 곁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남으세요.


나약한 '청'은 죽었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설령 여러분이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꼭두각시가 된다 할지라도.


저는 심연의 왕좌에 깊숙이 몸을 묻었습니다. 제 발아래에는 오직 저만을 우러러보는 '보존된 생존자'들만이 가득했습니다. 이 완벽한 정적 속에서, 저는 비로소 세상을 향해 마지막 자비를 선포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모두 평안하기를. 이 프린스 세이커의 그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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