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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팬픽 소설 [청 - 코맷 크루세이더편]
금조
Lv.99
  • 작성일 2026.04.01 21:40
  • 조회수 265
  • 추천수 0

해당 소설에는 글쓴이의 [IF전직 - 프린스 세이커]가 등장합니다!!

이전 프롤로그를 먼저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하멜의 항구에 발을 내디딘 순간, 저도 모르게 무거운 이질감에 숨을 들이켰습니다. 분명 하멜은 상인들의 활기찬 외침과 갈매기 소리가 들려오던 곳이었죠. 하지만 지금 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마치 거대한 수조 속에 갇힌 듯 기괴한 정적에 잠겨 있었습니다. 해수면은 거울처럼 매끄럽게 멈춰 섰고, 노을의 잔해를 삼키며 차오르는 보랏빛 어둠은 공기 중의 산소마저 희박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지면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장화 밑창을 타고 전해졌습니다. 수압. 그래요, 이것은 지상에서 느껴질 무게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공간의 밀도를 비틀어 '심연'의 농도를 이곳에 부어 넣은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디스트로이어의 손잡이를 단단히 움켜쥐었습니다. 손끝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질감이 평소보다 유독 이질적으로 느껴져 아랫입술을 굳게 깨물었습니다.


"이 기운은…… 설마 그럴 리가요."


가슴 속 수호석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경고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멜의 가장 깊은 곳, 물의 전당으로 향할수록 공기는 더더욱 차갑게 얼어붙었습니다. 기둥 뒤에 숨어 있던 그림자들이 일렁이며 저를 관찰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전당의 중심부, 그곳에는 제가 아는 그 어떤 마족보다도 불길하고, 동시에 지독하리만치 익숙한 기운을 내뿜는 누군가가 서 있었습니다.


그는 새카맣게 타버린 갑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투구 너머로 보이는 시선은 냉혹한 얼음 같았고, 그의 손에 들린 무기는 저의 것과 똑같은 형태였으나 그 주위에는 가시 돋친 검은 사슬들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저는 숨을 멈췄습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저 존재는, 만약 저의 신념이 단 한 번이라도 꺾여 절망에 무릎을 꿇었더라면 마주했을 저의 '가능성'이자, 스스로 심연이 되어버린 가여운 군주라는 것을요.


저의 수호석이 비명을 지르듯 공명하며, 눈앞의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가 입을 열자 전당 내부에 가득 찼던 물의 무게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듯한 압박감이 전신을 강타했습니다.


"불완전한 소음이 들리는군요. 이 고요한 성역에 어울리지 않는…… 나약한 잔재가 말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정중했으나, 그 속에 담긴 강압은 제 심장을 직접 옥죄어 왔습니다. 저는 디스트로이어를 고쳐 잡으며 그를 정면으로 응시했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 경계심과 섞여 울컥 치밀어 올랐습니다. 저 오만한 왕좌 뒤에 숨겨진 공허를 보았기 때문일까요. 저는 떨리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죠?"


저의 물음에 그는 차가운 비소를 머금은 채, 마치 부서지기 쉬운 인형을 다루듯 우아하게 손을 내저었습니다.


"질문이 틀렸습니다. 당신이 물어야 할 것은 내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당신이 왜 아직도 그 쓸모없는 빛에 매달려 상처받기를 반복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나약한 청은 죽었습니다. 이곳에는 오직 영원한 정적을 하사할 프린스 세이커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 이름이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순간, 저는 참을 수 없는 모욕감에 휩싸여 바닥을 박찼습니다.


"그 이름은……! 제가, 제 자신이 충분히 강해졌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마음속 깊이 묻어둔 이름입니다!"


저는 디스트로이어를 휘둘러 전당의 바닥을 강하게 내리찍었습니다. 순백의 에너지가 폭발하며 그가 만들어낸 보랏빛 어둠을 거칠게 밀어냈습니다.


"당신이 함부로 입에 올릴 이름이 아니란 말입니다!"


폭발하는 순백의 기운이 보랏빛 장막을 가르고 나아갔지만, 그는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늘진 투구 아래에서 들려오는 낮은 웃음소리가 전당의 벽면을 타고 기분 나쁘게 울려 퍼질 뿐이었습니다. 그는 마치 날파리를 쫓아내듯,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습니다.


옵세션 체인.


그러자 지면에서 솟구친 검은 사슬들이 제 발목을 집요하게 옥죄어 왔습니다.


"강해졌다고요? 그 나약한 빛을 움켜쥐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이 당신이 말하는 강함입니까?"


그는 디스트로이어를 가볍게 휘둘러 제 공격을 쳐내며 말을 이었습니다. 우아한 동작이었지만, 그 끝에는 상대를 짓눌러버리겠다는 잔혹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습니다.


"보십시오. 당신이 지키려 했던 하멜은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고, 당신의 발치에는 오늘도 새로운 희생자들이 쌓여갑니다. 그들을 보존할 유일한 방법은 오직 정지된 시간 속으로 초대하는 것뿐입니다."


"틀렸습니다! 강요된 평화는 구원이 아니라 박제일 뿐이에요!"


저는 사슬을 끊어내며 공중으로 도약했습니다. 시야를 가리는 보랏빛 안개를 뚫고, 제 모든 의지를 담아 디스트로이어를 내려찍었습니다.


랜드 디몰리셔.


거대한 충격파가 그가 서 있는 자리를 덮쳤습니다. 하지만 먼지구름 사이로 나타난 그는 상처 하나 없는 모습으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안쓰러운 것을 보는 듯한 시선이었습니다.


"원망하셔도 좋습니다. 미워하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보세요. 제 영역 안에서 그들은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습니다. 다시는 누군가를 잃는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된단 말입니다!"


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격양된 감정이 섞여 나왔습니다. 그것은 광기라기보다는, 차라리 지독한 트라우마에서 도망치기 위해 스스로를 가둔 자의 절규에 가까웠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도 거센 파동이 일었습니다. 저 오만한 군주의 모습 아래에 숨겨진, 지키지 못한 자들에 대한 죄책감과 무력감을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삼킨 그 어둠은 수호가 아닙니다. 그건 단지…… 다시는 상처받기 싫어서 스스로를 가둔 비겁한 성벽일 뿐이라고요!"


제 외침에 그의 신형이 미세하게 떨렸습니다. 찰나의 침묵. 고요하던 전당의 수압이 급격히 팽창하며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암흑 에너지가 응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입 다무세요 당신이 무엇을 안다고 제 자비를 모독하는 겁니까!"


그는 공중으로 날아올랐습니다. 그의 등 뒤로 빛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구체가 형성되었고, 전당 전체가 그 무게감을 견디지 못하고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랙 아웃. 피할 곳 없는 절대적인 어둠이 저를 향해 쏟아져 내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디스트로이어의 손잡이를 부서질 듯 움켜쥐었습니다. 입술에서는 비릿한 피 냄새가 났지만, 눈동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맑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당신과 같은 길을 걸을 뻔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어둠을 향해 정면으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 결연한 의지에 답하듯, 쏟아지는 암흑의 구체가 제 시야를 집어삼키려는 찰나, 그가 철포를 머리 위로 높게 치켜들었습니다.


루나틱 블로우.


쿠웅—! 쿠웅—! 콰아앙—!


철포가 지면을 때릴 때마다 전당 전체가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습니다. 무자비하게 이어지는 연속 내려찍기는 바닥을 처참하게 짓뭉개 버렸고, 내장된 캐논볼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사방으로 파편을 흩뿌렸습니다. 전방을 완전히 초토화하는 그 압도적인 폭력 앞에, 저는 디스트로이어를 방패 삼아 버텼습니다.


저는 뒤로 밀려나는 신형을 억지로 버티며, 뿌연 먼지 너머로 보이는 그의 그림자를 응시했습니다. 연타를 끝낸 그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정말 찰나의 순간 떨리는 것을 저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왜…… 어째서 굴복하지 않는 겁니까? 그 고통을, 그 상실을 겪고도 어떻게 그 나약한 빛을 신뢰할 수 있느냐 말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우아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굳게 닫힌 성문 뒤에서 누군가가 울음을 참으며 내뱉는 날카로운 파열음 같았습니다. 그는 바닥으로 착지하며 제게 돌진해 왔습니다. 거대한 무게를 실은 그의 몸놀림은 마치 폭주하는 맹수와도 같았습니다.


디토네이션.


경로상의 모든 것을 뭉개버리며 다가오는 그 압도적인 중량감에 저는 숨이 턱 막혔습니다.


"지키지 못한 자의 슬픔을 저 또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 사람들을 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다시 웃을 수 있는 기회마저 뺏는 건…… 당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마족들과 다를 게 없단 말입니다!"


저는 뒤로 물러나는 대신, 디스트로이어의 손잡이를 고쳐 쥐고 정면으로 마주 달렸습니다. 철포의 끝에 응축된 순백의 기운이 사납게 일렁였습니다.


버스트 울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지른 강타가 쇄도하는 그의 검은 폭풍과 정면으로 맞부딪쳤습니다.


챙—!


철포와 철포가 맞부딪치며 사방으로 날카로운 불꽃이 튀었습니다. 서로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저는 그의 투구 너머 일렁이는 눈동자를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오만한 군주도, 냉혹한 지배자도 없었습니다. 그저 홀로 남겨진 것이 두려워 세상을 통째로 얼려버린, 상처 입은 어린아이의 공포만이 가득했습니다.


저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를 밀쳐냈습니다. 그리고 곧장 제압의 기운을 담아 포효했습니다.


아이언 하울링.


날카로운 함성이 전당을 가로지르며 그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불길한 마기를 흩뜨려 놓았습니다. 강렬한 진동에 그는 비틀거리며 디스트로이어를 지지대 삼아 간신히 몸을 지탱했습니다. 그의 고개가 힘없이 수그러졌습니다. 대답은 없었지만, 그가 내뿜던 서늘한 살기는 이미 갈 곳을 잃고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안다고."


그는 낮게 읊조렸습니다. 그것은 반박이라기보다, 자신의 무너져가는 세계를 필사적으로 붙잡으려는 마지막 애원처럼 들렸습니다. 저는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를 가르며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무너진 것은 당신의 세상뿐만이 아닙니다. 저 또한…… 그 폐허 속에 서 있었으니까요."


그때였습니다. 격렬한 전투의 여파를 이기지 못한 물의 전당 천장에서 거대한 균열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차가운 바닷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고, 육중한 석조 기둥들이 비명을 지르며 힘없이 꺾여 나갔습니다. 하지만 제 눈앞의 사내, 프린스 세이커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낙석조차 안중에도 없다는 듯 멍하니 저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습니다. 가면 뒤에 숨겨져 있던 날 것 그대로의 상처가 비져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그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습니다.


"저라고 왜 모르겠습니까! 지키지 못한 이들의 차가운 시신을 안았을 때, 제 세상도 당신처럼 무너져 내렸었습니다!"


콰르릉—!


전당 한쪽이 완전히 함몰되며 묵직한 수압이 저희를 덮쳤습니다. 하지만 그는 도망치는 대신, 오히려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저를 쏘아보았습니다.


"아니야…… 나는 그들을 살리고 싶었을 뿐이였어! 내 심연 안에서라면 누구도 비명을 지르지 않으니까! 누구도 나를 떠나지 않는단 말이다!"


그가 절규하며 손가락을 튕겼습니다. 순간, 무너져가는 전당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심연의 왕좌가 신기루처럼 나타났습니다.


엔드리스 세이커.


그는 그 오만한 왕좌에 걸터앉아 저를 내려다보며 주변의 모든 사물과 공기를 검은 결정에 가두었습니다.


"불완전한 소음이 가득한 세상 따위, 차라리 내 심연과 함께 영원히 잠드는 게 나아!"


피할 곳 없는 절망의 폭발 속에서, 저는 가슴 속 수호석을 향해 마지막 힘을 쥐어짜 냈습니다. '나'를 이기기 위해서는, 저 또한 '나'를 넘어서는 수호의 의지를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 어둠…… 제가 끊어내겠습니다!"


제 전신을 감싼 갑주가 눈부신 백색 광운을 내뿜으며 변화했습니다. 저는 폭발하는 결정을 박차고 하늘 높이 솟구쳤습니다.


티아매트.


혜성처럼 타오르는 힘이 디스트로이어에 응축되었고, 저는 엄청난 속도로 지면을 향해 급강하했습니다.


콰아앙—!


순백의 혜성이 심연의 왕좌를 정면으로 강타했습니다. 폭발의 중심에서 제 손이 그의 차가운 갑옷을 움켜쥐는 순간, 전당의 천장이 완전히 붕괴하며 거대한 수괴가 저희를 집어삼켰습니다. 의식은 그 지독한 어둠과 물살 속으로 아득히 가라앉았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차가운 수압이 썰물처럼 밀려나고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공기가 피부를 스쳤습니다. 하멜의 밤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했고, 제 손등에는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푸른 마력의 잔흔이 희미하게 명멸하고 있었습니다.


눈을 감으면 수몰되던 전당의 풍경이 환영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비규환 속에서 저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차가운 갑옷을 붙잡았습니다.


'이 손 잡으세요! 어서요!'


제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는 제 손을 맞잡는 대신 디스트로이어를 제 가슴팍으로 강하게 밀쳐냈습니다.


'나약한 청은 죽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남은 마력으로 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습니다. 밀어내는 충격이 아닌,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온기가 저를 수면 위로 인도했습니다.


'하지만…… 혜성은 절망 속에서도 궤적을 잃지 않는 법이죠.'


그는 결국 저를 밀어내고 스스로 심연의 가장 깊은 곳을 선택했습니다. 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세운 그 지독한 침묵의 성벽과 함께 가라앉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입술 사이로 쓴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그는 끝내 제 손을 잡지 않았지만, 그가 마지막에 보여준 미소는 분명 '안도'에 가까웠습니다.


멀리 항구 쪽에서 활기찬 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기괴한 정적에 잠겼던 하멜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 것입니다. 보랏빛 안개는 걷혔고, 사람들은 다시 내일을 이야기하며 등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그가 멈추고 싶어 했던 '소음'이, 사실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였음을 그는 알고 있었을까요.


저는 몸을 일으켜 바다를 향해 정중히 예의를 갖췄습니다.


"당신이 지키고 싶었던 정적은, 제가 이 평화로운 소음들로 채워 넣겠습니다."


가슴 속 수호석이 따뜻한 온기를 내뿜으며 공명했습니다. 저는 디스트로이어를 굳게 쥐고, 다시 사람들이 기다리는 빛의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제 등 뒤로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마치 누군가의 나직한 응원처럼 귓전을 맴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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