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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팬픽 소설 [청 - 만우절 기념 학원편] 1
금조
Lv.99
  • 작성일 2026.04.01 22:43
  • 조회수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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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페이탈 팬텀 - "효율을 중시한다면, 제 귀중한 시간을 더 이상 뺏지 않는 게 가장 혁신적인 선택일 겁니다."

소속부: 사격부

특이사항 : 4시간 동안 이어진 센츄리온의 공학적 집착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는 중 ...



센츄리온 - "이건 예술이에요! 이 정도 크기에 그 정도의 마력을 압축하려면..."

소속부: 공학부

특이사항 : 광기의 기계광




지옥이 있다면 바로 여기일 것이다.


좁다란 동아리실 안, 창밖으로 지는 노을이 길게 드리워진 교실 바닥에는 온갖 나사못과 설계도면,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금술 시약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나는 벌써 4시간째, 내 맞은편에서 눈을 빛내며 입을 놀리는 이 '공학도' 녀석의 열변을 강제로 감상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팬텀, 내 말은 이 디스 프로즌 포털의 핵심은 헤니르의 위상 변위와 엘 에너지를 어떻게 0.001초 단위로 동기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거예요! 보세요, 이 디스토션 캐논의 출력 곡선이 물리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이 아름다운 수치를!"


센츄리온이라 불리는 이 녀석은 방금 전까지 자신이 개량했다는 일렉트릭 밤의 회로도를 허공에 띄워놓고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다. 처음 한 시간은 예의상 들어주었지만, 두 시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녀석의 목소리는 갈수록 들떠서 옥타브가 높아졌고, 복잡한 공식이 나올 때마다 제풀에 겨워 헛웃음까지 흘렸다.


나와 똑같이 생긴 얼굴을 하고서, 저토록 비효율적인 에너지를 쏟아내다니.


"연구의 성과란 건 결국 전장에서 증명되는 법입니다.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나는 단정하게 갈무리된 목소리로 말을 끊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격부 훈련 시간은 이미 한참 지났고, 이 지독한 연금술 시약 냄새에서 벗어나 차가운 화약 향기가 그리워질 참이었다.


"에이, 팬텀! 아직 디스트로이어의 포신 냉각 효율에 대해서는 시작도 안 했다고요! 이건 정말 혁신적인..."


"효율을 중시한다면, 제 귀중한 시간을 더 이상 뺏지 않는 게 가장 혁신적인 선택일 겁니다."


차갑게 대꾸하며 등을 돌렸다.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문 손잡이를 잡으려던 찰나였다. 뒤에서 들려오던 소음이 뚝 끊겼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묘한 정적. 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스쳤다.


"......잠깐만요. 방금 그건 뭐죠?"


뒤를 돌아보자, 센츄리온의 눈이 평소보다 두 배는 커진 채 내 허릿춤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녀석의 시선이 머문 곳은 내 코트 아래 살짝 드러난 은빛의 둔탁한 금속체—전용 무장인 '팬텀슈터'였다.


"와...... 세상에. 그 유선형 라인, 설마 더블배럴인가요? 아니, 저 재질은 평범한 은이 아닌데? 수호석의 형상화 방식이 일반적인 디스트로이어랑은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것 같은데요!"


녀석은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아니, 희귀한 부품을 발견한 광기 어린 기술자처럼 내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녀석의 손이 팬텀슈터의 그립 근처까지 뻗어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녀석의 손목을 쳐내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함부로 만지지 마십시오. 이건 장난감이 아닙니다."


"장난감이라니요! 이건 예술이에요! 이 정도 크기에 그 정도의 마력을 압축하려면 강선 구조가 보통 방식으로는 불가능할 텐데...... 혹시 탄환 자체를 위상 전이시켜서 사출하는 구조인가요? 아, 아니면 격발 장치에 엘의 조각을 직접 이식한 건가요?"


센츄리온의 눈은 이제 광채를 넘어 거의 번뜩이고 있었다. 녀석은 내 질색하는 표정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허공에 손가락을 휘저으며 보이지 않는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 구경이면 반동 제어가 불가능할 텐데, 그걸 손목의 스냅만으로 해결한다고요? 말도 안 돼. 분명 내부에 반작용 억제 필드가 걸려 있을 거야. 맞죠? 그렇죠, 팬텀?"


질문 공세가 빗발쳤다. 녀석의 숨소리가 거칠어질수록 나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여기서 대꾸하지 않으면 녀석은 밤을 새워서라도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가설을 세울 기세였다. 차라리 짧은 답 하나로 이 갈증을 해소해주고 도망치는 게 빠를 터였다.


"......가변형 실린더를 사용해 마력의 밀도를 조절할 뿐입니다. 됐습니까?"


나의 단호한 대답에 센츄리온의 움직임이 멈췄다. 성공이다. 녀석의 호기심을 잠시나마 잠재웠으리라 생각하며 다시 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독한 오판이었다.


"가변형 실린더?! 그럼 마력 밀도에 따라 탄환의 궤적뿐만 아니라 관통력까지 실시간으로 연산한다는 뜻이잖아요! 세상에, 그걸 구동하는 제어 회로는 어디에 숨긴 거죠? 코트 안감인가요? 아니면 총신 내부에 나노 회로를 식각한 건가요?!"


녀석의 외침은 아까보다 두 배는 더 커져 있었다.


나는 떨리는 미간을 짚으며 눈을 감았다. 하나를 던져주면 만족하고 물러날 줄 알았건만, 내가 던진 것은 먹이가 아니라 굶주린 괴물에게 뿌린 기폭제였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이제 거의 경쾌하기까지 했다.


"팬텀! 한 번만, 딱 한 번만 분해해 봐도 될까요? 아니, 총신이라도 닦아주게 해주세요!"


망했다. 오늘 훈련은커녕, 무사히 집에 돌아가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분해는 절대 안 됩니다. 그리고 제 코트 안감은 평범한 천일 뿐입니다."


나는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주어 짓씹듯 뱉었다. 하지만 센츄리온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녀석은 어느새 내 발치까지 기어와, 팬텀슈터의 총구 근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마력의 잔류 진동을 측정하려는 듯 휴대용 계측기를 꺼내 들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이 정도의 마력 간섭 수치는 자연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단 말입니다! 이건 분명 헤니르의 포탈 기술과는 또 다른 형태의...... 혹시 영혼의 일부를 매개체로 쓰나요? 아니면 가문의 수호석을 나노 단위로 분쇄해서 총신에 코팅한 건가요?"


"......상상력이 지나치게 풍부하시군요."


녀석의 추측은 갈수록 괴랄해졌지만, 소름 돋게도 몇몇 부분은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수호석의 힘을 극한으로 개량했다는 점이나, 마탄의 궤적을 실시간으로 제어한다는 점 말이다. 나는 녀석의 '공학적 호기심'이 단순히 호기심에서 그치지 않고, 조만간 내 무기를 통째로 해부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다.


"아! 알았다! 팬텀, 그 실린더 내부의 가변 구조, 그거 혹시 엘의 조각이 아니라 마력을 '액체화'시켜서 저장하는 방식이죠? 그래서 더블배럴인데도 연사 속도가 그 모양인 거구나!"


녀석이 환희에 찬 비명을 지르며 내 소매를 붙잡았다.


"놔주십시오. 훈련 시간이 지났다고 말했습니다."


"훈련이 문제예요? 지금 이 팬텀슈터의 구조만 제대로 파악하면, 내 디스트로이어의 포격 정밀도를 15%는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요! 이건 역사적인 발견이에요!"


센츄리온의 눈에는 이제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지독하게 순수한, 그래서 더 지독하게 떨쳐내기 힘든 광기였다. 나는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을 떠올렸다. 비효율적이지만, 이 녀석을 떼어놓기 위해선 가장 확실한 미끼를 던져야 했다.


나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허릿춤에서 보조 마력 카트리지 하나를 꺼내 녀석의 코앞에 흔들었다.


"이건 예비용 마력 응축기입니다. 내부 구조는 팬텀슈터의 실린더와 동일한 원리로 제작되었죠. 이걸 드릴 테니, 오늘은 이만 물러나 주시겠습니까?"


센츄리온의 눈이 계측기보다 더 빠르게 반응했다. 녀석의 손이 번개처럼 낚아채듯 카트리지를 가져갔다.


"진짜요? 진짜 이거 나 주는 거예요? 와, 세상에...... 이 매끄러운 표면 좀 봐. 이 안에 그 가변식 회로가 들어 있다는 거죠?"


"단, 조건이 있습니다. 분해하는 동안 제 눈앞에서 사라질 것. 그리고 다음 일주일 동안은 제 무기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묻지 마십시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센츄리온은 이미 책상으로 달려가 고배율 확대경을 들이대고 있었다. 녀석은 이제 내가 방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중얼거리는 소리는 다시 복잡한 공식과 연금술 기호들로 바뀌어 있었다.


지끈거리던 두통이 조금 가시는 기분이었다. 나는 서둘러 동아리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등 뒤에서 "세상에, 이 냉각 핀 배치 좀 봐!"라는 비명이 들려왔지만, 나는 무시했다.


노을이 지는 복도를 걸으며 나는 조용히 팬텀슈터를 고쳐 쥐었다. 효율적인 수호자란 때로는 적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똑같이 생긴 기계광으로부터 자신의 무기를 지켜내는 자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손실은 마력 카트리지 한 개, 그리고 나의 귀중한 4시간. 하지만 얻은 것은 일주일간의 정적이었다.


나는 멀어지는 동아리실을 뒤로하며, 다시는 저 공학도의 소굴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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