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조Lv.99
- 작성일 2026.09.16 19:41
- 조회수 337
- 추천수 0
-
숲을 벗어나자 공기가 달라졌다.
안쪽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바깥은 이미 축제를 준비하는 기척으로 가득했다. 멀리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바람을 타고 음식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왔다. 길가에는 작은 천 장식이 매달려 있었고, 평소라면 경계를 서고 있었을 사람들조차 오늘만큼은 무기를 내려놓고 있었다.
새벽은 숲을 빠져나오자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정말 똑같네."
"뭐가."
"분위기."
나는 그녀를 돌아봤다.
"네가 있던 곳도 이랬나?"
"응. 오늘 같은 날은 다들 조금 들떠 있거든."
새벽은 길가에 매달린 장식을 바라보며 웃었다.
"저것도 비슷하고."
"저건 매년 바뀐다."
"그래?"
"이번에는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만든 모양이군."
"잘 아네."
"몇 번 봤으니까."
내 대답에 새벽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 시선을 느꼈지만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
"황혼도 축제에 자주 왔어?"
"아니."
"그런데 잘 아네."
"안다고 해서 즐긴다는 뜻은 아니야."
"그건 그렇지."
새벽은 이상할 정도로 쉽게 수긍했다. 조금 더 캐물을 줄 알았다. 왜 축제에 가지 않는지, 왜 오늘 같은 날 혼자 숲으로 들어갔는지. 하지만 그녀는 묻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닐 것이다. 아까부터 표정만 보면 알고 싶어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기다린다. 내가 말할 때까지. 그 사실이 조금 신경 쓰였다.
마을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많아졌다. 작은 아이들이 길을 뛰어다녔고, 노점에서는 과일과 빵을 나눠주고 있었다. 평소라면 갑옷을 입고 순찰했을 병사들도 오늘만큼은 가벼운 차림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피해 길 가장자리로 걸었다. 새벽은 달랐다.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한다.
"좋은 아침이에요."
또 한다.
나는 몇 걸음 앞서가다가 뒤를 돌아봤다. 새벽은 어느새 길가에 있던 아이에게 붙잡혀 있었다.
"언니, 이거 받아!"
아이가 작은 꽃 장식을 내밀었다.
"나?"
"응!"
"왜?"
"예쁘니까!"
새벽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그럼 고마워."
꽃 장식을 받아 머리카락 옆에 꽂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잠시 뒤 새벽이 다시 내 곁으로 따라왔다.
"황혼."
"왜."
"어때?"
"뭐가."
새벽이 머리 옆의 꽃을 가리켰다.
"이거."
"꽃이군."
"그건 나도 알아."
"그럼 됐잖아."
새벽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예쁘냐고 물어본 거였는데."
"그걸 왜 나한테 묻지?"
"황혼밖에 없으니까?"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나는 대충 시선을 돌렸다.
"나쁘지 않아."
"오."
새벽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칭찬받았다."
"칭찬은 아니야."
"나쁘지 않으면 좋은 거잖아."
"멋대로 해석하지 마."
"그럼 싫어?"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새벽이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귀찮다.
분명 귀찮은데, 이상하게 불쾌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마을 중앙을 지나 조금 한적한 곳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계속 있을 생각은 없었다. 새벽도 처음에는 주변을 구경하느라 바빴지만, 내가 방향을 틀자 아무 말 없이 따라왔다.
"그래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응?"
"네가 있던 세계에 대해서 말해."
새벽이 잠시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
"확인할 게 있어."
"아아."
그녀는 곧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부터?"
"아는 만큼 전부."
"그건 너무 많지 않아?"
"그럼 네가 기억하는 것부터."
새벽은 잠시 생각했다.
"나는 숲에서 자랐고."
"그건 나도 그래."
"정령들이랑 오래 지냈고."
"그것도."
"활을 써."
"알고 있어."
"그러면 별로 다를 게 없는데?"
그녀가 웃었다.
"다른 걸 말해."
"성격?"
"그런 게 아니라."
"나는 꽤 중요한 차이 같은데."
나는 무시했다.
새벽은 잠시 웃다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자신이 지나온 길, 정령들과 다시 연결된 순간, 사람들과 함께 싸웠던 일. 세부적인 이름과 장소는 달랐지만 이상할 정도로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동시에 결정적인 부분은 달랐다.
그녀는 검보다 활을 택했다. 멀리서 길을 열고, 동료들이 나아갈 곳을 만들어 주는 쪽을 선택했다.
나는 반대였다. 그림자에 숨어 적의 틈을 찾고, 가까이 파고들어 끝낸다.
같은 시작. 다른 선택.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몇 번이나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만약 내가 다른 결정을 했다면, 저렇게 되었을까.
그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쓸데없는 가정이다. 이미 지나온 길은 바뀌지 않는다.
"황혼은?"
새벽이 물었다.
"뭐가."
"황혼 이야기도 해줘."
"싫어."
"빠르네."
"네가 물어본다고 대답할 이유는 없지."
"그것도 그렇네."
다시 끝이었다.
새벽은 더 묻지 않았다. 그게 또 신경 쓰였다.
잠시 뒤 우리는 마을 외곽의 작은 공터에 도착했다.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곳이었다. 평소에는 경비병들이 훈련할 때 사용하지만 오늘은 축제 때문에 비어 있었다.
나는 공터 중앙을 바라봤다.
"활 꺼내."
"응?"
"실력을 확인해야겠어."
새벽의 표정이 밝아졌다.
"대련?"
"확인이라고 했어."
"결국 비슷한 거잖아."
그녀는 망설임 없이 활을 꺼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검 대신 활을 들었다. 새벽이 고개를 기울였다.
"검 안 써?"
"네가 궁수라며."
"맞춰주는 거야?"
"착각하지 마."
"그럼?"
"네 활이 얼마나 빠른지 보고 싶을 뿐이야."
새벽이 웃었다.
"좋아."
그 표정이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 꽃을 머리에 꽂고 사람들에게 웃던 얼굴이 아니었다. 활을 잡는 순간 눈빛이 가라앉았고, 자세도 달라졌다. 어깨는 힘이 빠졌고 손가락은 활시위에 자연스럽게 걸렸다.
그제야 확신했다. 강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는 화살 하나를 꺼냈다.
"먼저."
"정말?"
"쏴."
새벽은 망설이지 않았다. 활시위가 울렸다.
나는 몸을 틀었다. 화살이 얼굴 옆을 스쳤다.
빠르다.
곧바로 두 번째, 세 번째. 간격이 거의 없다. 나는 뒤로 물러나며 화살을 흘려냈다.
"제법인데."
말이 먼저 나왔다.
새벽이 씩 웃었다.
"칭찬?"
"아니."
"이번에도?"
"집중해."
"네, 네."
다음 순간 화살이 다시 날아왔다. 이번에는 다섯 발. 방향이 다르다. 단순히 나를 맞히려는 게 아니라 움직일 곳을 제한하고 있었다.
나는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파고들었다. 새벽이 바로 뒤로 물러났다.
역시 알고 있다. 내가 어떻게 거리를 좁히는지.
"생각보다 빠르네."
"너도."
"그럼 조금 더 해볼까?"
새벽의 말이 끝나자 주변의 정령이 반응했다. 공기가 떨리고 빛이 모인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췄다.
다음 순간 수십 개의 빛줄기가 공터를 가로질렀다.
화살.
정령의 힘을 품은 화살들이었다.
나는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한 발, 두 발, 세 발.
틈이 보였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새벽의 바로 앞까지 거리를 좁혔고, 에렌딜을 뽑아 그녀의 목 옆에 세웠다.
동시에 무언가가 내 이마에 닿았다.
새벽의 화살이었다.
우리는 그대로 멈췄다.
잠깐의 침묵 끝에 새벽이 먼저 웃었다.
"비겼네."
"아니."
"왜?"
"내 검이 먼저 닿았어."
"내 화살도 동시에였는데?"
"내가 베었다면 네가 쏘기 전에 끝났어."
"내가 놓았다면 황혼도 피할 수 없었어."
"……."
"비긴 거네."
나는 검을 거뒀다.
"마음대로 생각해."
"역시 비겼다는 뜻이네."
"아니야."
새벽이 크게 웃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귀찮다. 그런데 조금 재미있었다.
그 사실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는 잠시 쉬기로 했다.
공터 옆 나무 아래에 앉자 새벽은 활을 내려놓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꽃 장식은 여전히 머리에 꽂혀 있었다.
"황혼."
"왜."
"강하네."
"갑자기?"
"그냥."
"너도 나쁘진 않았어."
새벽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괜히 다른 쪽을 봤다.
"뭐."
"아무것도."
"그 표정은 뭔데."
"황혼이 칭찬도 할 줄 아는구나 싶어서."
"취소할까?"
"안 돼."
"왜."
"이미 들었으니까."
새벽은 웃으며 몸을 뒤로 기댔다.
"황혼은 생각보다 따뜻하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뭐?"
"생각보다 따뜻하다고."
"어디가."
"여기저기."
"대충 말하지 마."
"그럼 설명해 줄까?"
"됐어."
새벽이 작게 웃었다.
나는 괜히 바닥의 풀을 손끝으로 눌렀다.
따뜻하다.
그 말이 이상하게 거슬렸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필요한 일을 하고,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키고, 해야 할 선택을 한다.
그게 전부다. 그걸 따뜻하다고 부를 이유는 없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새벽은 이상하게도 그 침묵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조용한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벽은 달랐다.
말할 때는 끝없이 말하면서도, 내가 조용히 있으면 같이 조용해졌다.
나는 그 점이 조금 의외였다.
"황혼."
역시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왜."
"배고프지 않아?"
"아니."
꼬르륵.
작은 소리가 들렸다.
내 쪽은 아니었다.
나는 새벽을 바라봤다. 그녀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
"……."
"배고픈 건 너 같은데."
"아닌데."
"방금 들렸어."
"새소리 아닐까?"
"그런 새는 없어."
"이 세계에는 있을 수도 있잖아."
"없어."
새벽이 잠시 버티더니 결국 웃었다.
"배고파."
"진작 그렇게 말하지."
"황혼도 배고플까 봐."
"그게 무슨 상관이야."
"같이 먹으면 좋잖아."
나는 일어났다.
"가자."
새벽이 나를 올려다봤다.
"어디?"
"마을."
"밥 먹으러?"
"네가 시끄럽게 굴기 전에."
새벽이 금세 일어났다.
"역시 따뜻하네."
"한 번만 더 말하면 두고 간다."
"알겠어, 알겠어."
이번에는 정말 조용했다.
몇 걸음 동안만.
마을로 돌아왔을 때 사람은 더 많아져 있었다. 광장에서는 작은 공연이 시작되고 있었고, 아이들은 정령 모양의 장식을 들고 뛰어다녔다.
새벽은 당연하다는 듯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나는 조금 뒤에서 따라갔다.
"황혼, 이거 먹어봤어?"
"아니."
"그럼 먹어보자."
"싫어."
"왜?"
"달아 보여."
"먹어**도 않고?"
"보면 알아."
잠시 뒤 내 손에는 달콤한 과자가 들려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새벽이 내 쪽을 기대하듯 바라봤다.
"어때?"
"달아."
"맛있지?"
"달다고."
"그게 맛있다는 뜻이지?"
"아니."
새벽이 웃었다. 나는 남은 것을 한입 더 먹었다.
새벽은 그걸 보고 더 웃었다.
"왜."
"아무것도."
"그 표정 그만둬."
"무슨 표정?"
"지금 그 표정."
"웃는 표정?"
"그래."
"웃지도 말라고?"
"……."
말이 막혔다.
새벽이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때였다. 멀리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새벽도 동시에 움직였다. 웃음이 사라졌다.
광장 반대편에서 마차 하나가 기울어져 있었다. 장식물을 옮기던 중 바퀴가 빠진 모양이었다. 큰 상자 몇 개가 쏟아지며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생각할 틈도 없었다. 나는 바닥을 박찼고, 동시에 활시위가 울렸다.
새벽이었다.
첫 번째 화살이 상자의 방향을 틀었다. 나는 그 틈으로 파고들어 다른 상자를 발로 밀어냈다.
두 번째 화살은 매달려 있던 천 장식을 끊었다. 천이 아래로 떨어지며 작은 상자들을 감쌌다.
나는 마지막 하나를 잡아 멈췄다.
몇 초.
그게 전부였다. 주변이 조용해졌다. 나는 숨을 고르며 새벽을 바라봤다. 그녀 역시 나를 보고 있었다.
말하지 않았다.
명령도 없었다.
계획도 없었다.
그런데 완벽하게 맞았다.
내가 어디로 움직일지 그녀는 알고 있었고, 나도 그녀가 어디에 화살을 쏠지 알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 싸워온 것처럼.
"괜찮아?"
새벽이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친 사람은 없었다.
나는 넘어진 마차를 살폈다. 단순한 사고다.
긴장이 풀렸다.
"황혼."
뒤를 돌아보자 새벽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손."
"뭐?"
새벽이 내 손을 잡으려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잠깐. 정말 잠깐이었다. 하지만 가슴 안쪽이 이상하게 흔들렸다.
"왜."
목소리가 생각보다 차갑게 나왔다.
새벽은 내 손을 바라봤다.
"긁혔어."
그제야 봤다.
손등에 작은 상처가 나 있었다. 상자를 잡을 때 생긴 모양이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도."
"괜찮아."
새벽은 잠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내렸다.
"알겠어."
그뿐이었다.
아까 숲에서도 그랬다.
한 걸음.
내가 물러나면 그녀도 물러난다.
이상하게도 그게 편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새벽이 정말로 한 걸음 멀어졌을 때, 오히려 그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왜지. 내가 원한 거리인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새벽도 다시 다가오지 않았다.
잠시 뒤 마차 주인이 달려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새벽은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고, 아이들은 그녀 주변에 모여 떠들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사람들 사이에 너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정령도, 아이도, 처음 보는 사람도, 모두 그녀를 쉽게 받아들인다. 아마 저게 새벽이라는 사람이 살아온 방식일 것이다. 앞에서 길을 열고, 사람들과 함께 걷고, 손을 내밀고, 그 손을 거두지 않는 것.
나와는 다르다.
나는 늘 뒤쪽이었다.
누군가가 ** 않는 곳.
그림자가 필요한 자리.
위험이 먼저 닿는 곳.
그게 익숙했다.
새벽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보고 웃었다.
나는 시선을 피했다.
가슴 안쪽이 또 조금 이상했다.
그날 저녁이 가까워질 때까지 우리는 함께 움직였다.
정확히 말하면 새벽이 따라왔고, 나는 굳이 막지 않았다. 새벽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고, 나는 옆에서 기다렸다. 나는 조용한 길을 골랐고, 새벽은 아무 말 없이 그 길을 따라왔다.
가끔 새벽이 너무 가까이 오면 나는 한 걸음 옆으로 움직였다. 그러면 그녀도 자연스럽게 거리를 맞췄다.
그게 몇 번 반복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걸 의식하고 있었다.
두 걸음.
항상 그 정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정했던 거리.
새벽은 한 번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태양과 달은 여전히 같은 하늘에 걸려 있었다. 빛과 어둠이 섞인 이상한 하루.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저 아이가 언제까지 이 세계에 있을지도.
"황혼."
새벽이 불렀다.
"왜."
"내일도 같이 있어도 돼?"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네가 돌아갈 방법을 찾을 때까지만이야."
"그럼 된다는 거네."
"멋대로 해석하지 마."
"응."
조금 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두 걸음.
그 거리가 유지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잠깐이다.
새벽은 결국 돌아갈 것이다. 나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혼자 숲을 걷고, 혼자 싸우고, 혼자 기억하면 된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생각했는데, 뒤에서 들려오던 발소리가 멈췄을 때 이번에도 나는 돌아봤다.
새벽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왜?"
그녀가 물었다.
"……아무것도."
나는 다시 앞을 봤다.
잠시 후 발소리가 다시 따라왔다.
이번에도 두 걸음 뒤에서.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그리고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만.
걸음을 늦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