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조Lv.99
- 작성일 2026.09.1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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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축제는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마을을 가득 채웠던 웃음소리도 조금씩 잦아들었고, 길가에 매달려 있던 장식들은 바람에 천천히 흔들렸다. 낮과 밤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던 하늘도 처음보다 어두워져 있었다. 태양과 달은 여전히 같은 하늘에 걸려 있었지만, 둘 사이의 빛은 처음보다 희미했다.
축제가 끝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무언가가 원래대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그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새벽도 묻지 않았다.
며칠 동안 우리는 거의 함께 움직였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해야 할 일을 했고, 새벽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처음에는 감시할 생각이었다. 정체도 알 수 없는 존재를 혼자 돌아다니게 둘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나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적어도 감시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를 곁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황혼."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왜."
"이거."
새벽이 무언가를 내밀었다. 작은 빵이었다.
나는 잠시 그것을 바라봤다.
"뭐지."
"빵."
"그건 보여."
"아침."
"안 먹어."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나는 새벽을 바라봤다.
"어떻게 알지?"
"계속 같이 있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 대답이었다.
나는 순간 말이 막혔다.
새벽은 그런 내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듯 빵을 한 번 흔들었다.
"먹을래?"
"……줘."
"역시."
"뭐가."
"배고팠잖아."
"시끄러워."
새벽이 웃었다.
나는 빵을 받아 한입 베어 물었다.
며칠 전이었다면 이런 대화도 귀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었다.
그게 문제였다.
너무 익숙해지고 있었다.
새벽이 옆에서 걷는 것.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 내가 대답하지 않아도 혼자 몇 마디 더 떠드는 것. 그러다가 내가 조용히 있고 싶다는 걸 알아차리면 같이 침묵하는 것. 그리고 내가 먼저 말을 걸 때까지 기다리는 것.
처음에는 그게 이상했다.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새벽이 보이지 않으면 시선이 먼저 그녀를 찾았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부터 나는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걸음이었다. 그다음에는 두 걸음. 필요하지 않은 대화에는 대답하지 않았고, 굳이 함께 움직일 이유가 없는 곳에서는 혼자 가겠다고 말했다.
새벽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게 더 불편했다.
"오늘은 어디 가?"
"동쪽 숲."
"같이 갈까?"
"아니."
새벽이 잠시 나를 바라봤다.
"혼자 갈 거야?"
"그래."
"위험한 곳이야?"
"상관없어."
"그럼 알겠어."
끝이었다.
왜냐고 묻지 않는다. 같이 가겠다고 우기지도 않는다. 조금 서운한 표정을 짓지도 않는다.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내가 원한 게 이거였는데.
거리를 두는 것. 더 가까워지기 전에 멈추는 것.
그런데 새벽이 정말 멈추면, 오히려 내가 불편해졌다.
나는 그 이유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동쪽 숲은 마을에서 꽤 떨어져 있었다. 최근 들어 정령의 움직임이 불안정해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공존의 축제 기간에는 엘의 힘이 자연으로부터 다시 모인다. 가장 충만한 시기이면서, 동시에 가장 불안정한 시기.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흐를 힘이 한곳에 몰리기 때문이다.
나는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공기가 무거웠다. 정령들의 기척도 일정하지 않았다. 몇몇은 지나치게 흥분해 있었고, 몇몇은 반대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좋지 않다.
에렌딜을 잡았다. 희미한 떨림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무언가 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숨을 고른 뒤 귀를 기울였다.
바람. 나뭇잎. 그리고 아주 작게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
고개를 들었다.
숲 깊숙한 곳에서 푸른빛이 번쩍였다.
나는 바로 달렸다.
빛이 보인 곳에 도착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커다란 나무의 뿌리 아래에서 엘의 기운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마치 땅속에 있던 힘이 밖으로 밀려 나오려는 것처럼.
그 주변에는 정령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평소의 모습이 아니었다. 형태가 흐트러져 있었고, 힘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정해."
나는 손을 내밀었다.
정령 하나가 내 쪽으로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몸을 틀자 빛이 지나가며 나무껍질을 깊게 긁었다.
단순한 동요가 아니다.
완전히 폭주하고 있다.
나는 활을 꺼냈다. 죽일 생각은 없다. 움직임만 막아야 한다.
첫 번째 화살이 정령 바로 앞의 땅에 박혔다. 두 번째는 옆. 세 번째는 뒤. 움직일 공간을 줄인다.
하지만 수가 너무 많다.
그리고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땅 아래에서 새어나오는 힘이 정령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혼자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령 하나가 옆으로 파고들었다. 에렌딜을 뽑아 흘려냈다.
또 하나.
뒤쪽.
몸을 낮추고 검을 휘둘렀다.
빛이 흩어졌다.
그 순간 땅이 크게 흔들렸다.
"큭……."
중심이 무너졌다.
정령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여섯.
아니, 일곱.
피하기에는 늦었다.
활시위가 울렸다.
빛의 화살이 내 머리 위를 지나갔다.
하나.
둘.
세 개의 정령이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나는 즉시 몸을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새벽이 서 있었다.
활을 든 채.
"따라오지 말라고 했잖아."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날카롭게 나왔다.
새벽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말했어."
"알아."
"그런데 왜 왔지?"
"이쪽에서 정령들이 소란스러운 게 느껴졌어."
"그게 무슨 상관이야."
새벽의 손이 잠시 멈췄다.
"정령들이 위험하잖아."
"내가 처리할 수 있어."
"알아."
또 그 대답.
나는 순간 짜증이 났다.
"알면 돌아가."
새벽이 나를 바라봤다. 평소처럼 웃지 않았다.
"황혼."
"왜."
"지금 그 얘기 할 때 아니야."
말투가 달랐다.
차분했다.
가벼움도 없었다.
나는 그제야 주변을 봤다. 정령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지금은 싸움이 먼저다. 나는 검을 고쳐 잡았다.
"왼쪽 맡아."
"알겠어."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파고들었다. 새벽의 화살이 바로 뒤를 따라왔다.
한 발이 정령의 움직임을 막으면 나는 그 틈을 지나갔다. 내가 몸을 낮추면 화살이 머리 위를 스쳤고, 내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새벽은 왼쪽을 막았다.
이상할 정도로 맞았다.
처음 대련했을 때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선명했다.
생각하지 않아도 안다.
새벽이 어디를 노릴지.
어떤 순간에 화살을 쏠지.
내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마치 하나의 몸처럼.
나는 검을 휘둘렀다.
정령 하나의 힘이 흩어졌다.
그 순간 새벽의 화살이 정확히 그 중심을 꿰뚫었다.
빛이 잦아들었다.
"다음."
"알아."
새벽이 바로 대답했다.
나도 모르게 웃을 뻔했다.
미쳤군.
이 상황에서.
그 생각을 지웠다.
우리는 점점 중심부로 들어갔다.
문제는 정령이 아니었다.
뿌리 아래에서 새어나오는 엘의 힘.
그걸 막아야 한다.
하지만 가까이 갈수록 압력이 강해졌다.
새벽이 숨을 골랐다.
"황혼."
"왜."
"저 틈."
나도 보고 있었다.
뿌리 사이.
아주 작은 균열.
힘이 전부 그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막을 수 있겠어?"
"해봐야지."
"같이?"
나는 잠시 멈췄다.
새벽이 나를 바라봤다.
그 눈을 보는 순간 이상한 감각이 들었다.
같이.
너무 자연스러운 말이었다.
그게 싫었다.
아니.
무서웠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함께 싸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곁에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쉽게 당연해지는지.
그리고 그 당연함이 사라졌을 때 무엇이 남는지도.
머릿속에 오래된 장면들이 스쳤다.
쓰러진 활.
부러진 검.
대답하지 않는 목소리.
이름을 불러도 돌아** 않던 사람들.
손끝이 굳었다.
"황혼?"
새벽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할게."
"뭐?"
"뒤로 가."
"하지만."
"뒤로 가."
새벽이 나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혼자 하려고?"
"그래."
"왜?"
"그게 더 빠르니까."
거짓말이었다.
새벽도 알았을 것이다.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한 걸음 물러났다.
"알겠어."
또.
그 말.
나는 이상하게 화가 났다.
"그렇게 쉽게 물러날 거면 처음부터 왜 왔지?"
말이 튀어나왔다.
새벽이 눈을 깜빡였다.
나도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돌아가라고 한 건 나다.
그런데 돌아가려고 하자 화를 낸다.
모순이다.
새벽은 한동안 나를 바라봤다.
"황혼이 물러나라고 했으니까."
"……."
"나는 황혼이 싫다고 하는 걸 억지로 하고 싶지 않아."
그 말이 가슴에 걸렸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벽이 활을 내렸다.
"위험해지면 도울 거야."
"필요 없어."
"그건 내가 정할게."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새벽이 아주 조금 웃었다.
"그 정도는 마음대로 해도 되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했던 말이었다.
마음대로 해.
그녀는 계속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허락한 만큼. 그 이상은 넘지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떠나지도 않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거기 있어."
"응."
나는 균열 쪽으로 다가갔다.
엘의 힘이 거칠게 밀려왔다. 에렌딜이 크게 울렸고, 엘드랏실의 기운도 반응했다.
나는 검을 땅에 꽂았다.
힘을 눌러야 한다.
균열을 강제로 닫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흐름을 다시 연결해야 한다.
눈을 감았다.
기운을 느꼈다.
너무 많다.
손끝이 떨렸다.
조금씩.
천천히.
흐름을 잡는다.
그 순간 균열이 크게 흔들렸다.
빛이 터졌다.
몸이 뒤로 밀렸다.
"황혼!"
새벽의 목소리.
"오지 마!"
나는 바로 소리쳤다.
새벽이 멈췄다.
그 한순간.
나는 균열을 보았다.
틈.
아주 작은 틈.
에렌딜을 뽑아 정확히 찔렀다.
빛이 갈라졌다.
주변의 정령들이 동시에 멈췄다.
그리고 조금씩.
천천히.
힘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숨이 거칠었다.
성공했다.
멀리서 새벽의 발소리가 들렸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멈췄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새벽이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오지 마라고 했으니까.
정말로 오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게 싫었다.
나는 손을 땅에 짚고 일어났다.
"끝났어."
"응."
"마을로 돌아가."
새벽이 잠시 나를 바라봤다.
"황혼은?"
"조금 있다 갈 거야."
"같이 안 가?"
"그래."
새벽은 다시 한동안 나를 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녀가 돌아섰다.
발소리가 멀어진다.
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점점 작아졌다.
가슴이 이상했다.
조금 전까지 엘의 힘을 억누르느라 뛰던 것과는 달랐다.
나는 손을 쥐었다.
이게 맞다.
원래 이래야 한다.
새벽은 돌아갈 사람이다.
다른 세계에서 왔고, 언젠가는 다시 그곳으로 가야 한다.
그러니 더 익숙해지면 안 된다.
더 가까워지면 안 된다.
나중에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곁에 두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나는 그걸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먼저 거리를 두는 것이다.
잘못된 게 아니다.
그런데도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숲이 너무 조용했다.
나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필요한 말만 했다. 새벽이 먼저 말을 걸면 짧게 대답했고, 함께 가겠다고 하면 거절했다.
새벽은 여전히 웃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가까이 오지는 않았다.
두 걸음이었던 거리가 세 걸음이 되었다.
어떤 날은 네 걸음.
나는 그걸 알아차렸다.
알아차리고도 모르는 척했다.
"황혼."
마을 외곽에서 새벽이 불렀다.
나는 멈췄다.
"왜."
"오늘은 어디 가?"
"북쪽."
"같이 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따라오지 마."
새벽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정말 아주 잠깐.
곧 다시 평소의 얼굴로 돌아왔다.
"알겠어."
나는 돌아섰다.
몇 걸음 걸었다.
뒤에서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따라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런데 자꾸 뒤가 신경 쓰였다.
나는 끝까지 돌아** 않았다.
며칠 뒤.
공존의 축제 마지막 날.
하늘의 빛이 크게 흔들렸다.
처음에는 작은 진동이었다. 곧이어 마을 전체의 정령들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고, 사람들이 술렁였다.
나는 바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좋지 않다.
태양과 달 사이.
희미한 균열 같은 빛이 보였다.
세계의 경계가 흔들리고 있다.
"황혼."
새벽이 어느새 근처에 와 있었다.
나는 그녀를 봤다.
오랜만에 가까웠다.
그래도 예전보다 멀었다.
"느껴져?"
"그래."
새벽이 하늘을 바라봤다.
"내가 처음 여기 왔을 때랑 비슷해."
역시.
경계가 열리고 있다.
그렇다면 새벽이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주변에서 비명이 들렸다.
정령들이 다시 폭주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훨씬 많다.
나는 활을 들었다.
새벽도 동시에 활시위를 당겼다.
"황혼."
"말 안 해도 알아."
새벽이 나를 바라봤다.
잠깐.
아주 잠깐 웃었다.
"응."
우리는 달렸다.
이번에도 호흡은 완벽했다.
내가 움직이면 새벽이 길을 열었다. 새벽의 화살이 적을 밀어내면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서로 어디를 보고 있는지.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게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더 두려웠다.
이게 익숙해지면.
정말 익숙해지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가.
정령 하나가 새벽의 뒤로 접근했다.
"뒤!"
새벽이 바로 몸을 낮췄다.
나는 그녀를 지나쳐 정령을 베었다.
"고마워."
"집중해."
"하고 있어."
"그럼 뒤도 봐."
"황혼이 봐줬잖아."
"……."
새벽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황혼이 봐줬잖아.
너무 당연하다는 듯.
나를 믿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안 된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더 이상 가까워지면 안 된다.
우리는 한참 뒤에야 폭주를 진정시켰다. 사람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고, 마을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나는 활을 내렸다.
새벽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황혼."
"……."
"다친 데 없어?"
"없어."
"아까 왼쪽 어깨에."
"괜찮아."
새벽이 한 걸음 더 다가오려 했다.
나는 뒤로 물러났다.
그녀가 멈췄다.
또 그 거리.
내가 만든 거리.
새벽은 잠시 나를 바라봤다.
"황혼?"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말해야 한다.
지금.
더 늦기 전에.
"다시는."
목소리가 조금 잠겼다.
나는 다시 말했다.
"다시는 나에게 다가오지 마."
새벽의 표정이 멈췄다.
주변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사람들의 목소리와 정령들의 울림, 멀리서 무너진 물건을 옮기는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새벽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바라** 않았다.
보면 흔들릴 것 같아서.
"……알겠어."
결국 돌아온 대답은 그것뿐이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짧고 조용하고 억지로 넘지 않는 대답.
새벽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나는 이번에도 돌아** 않았다.
이번에는 잘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괜찮다. 이렇게 하면 된다. 원래대로 돌아가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전혀 편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무거웠다. 나는 손을 내려다봤다.
조금 전까지 새벽과 함께 활을 쏘던 손.
그녀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였던 손.
너무 익숙해진 감각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 손을 꽉 쥐었다.
없어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혼자가 익숙해질 것이다. 늘 그래왔으니까.
그런데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밖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어디선가 들려오던 발소리 하나가 없다는 사실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